중국 공산당의 항일 영웅 신사군(新四軍) 10만의 혼이 서린 중국 장쑤(江蘇)성 옌청(鹽城)시. 현대ㆍ기아자동차가 최근 우리에겐 낯선 이땅에‘2010년 중국 100만 시대’라는 포부를 담은 도약의 깃발을 꽂았다.
100만 시대는‘두개(생산과 판매)의 탑’을 동시에 쌓겠다는 의미다.
이날 옌청에서 열린 기아차 중국 제2공장 준공식은 중국 현지 100만대 생산ㆍ판매를 향한 대장정의 마지막 전환점이었다.
옌청 시민들을 설레게 한 준공식장을 찾아 현대ㆍ기아차의 생산 및 판매 전략을 들여다봤다.
100만 양병(養兵)의 전초기지
로봇 203대(차체 169, 도장 32, 의장 2)가 리듬을 타자 1,400여명의 손놀림도 정연하다.
프레스에서 찍혀 나온 각종 철판은 부품별로 일사분란하게 조립돼 차체를 이룬 뒤 화려한 의상을 입고(도장) 화장을 해(의장) 쎄라토로 변신했다. 시간당 66대의 쎄라토가 새 생명을 얻고 있었다.
기아차 중국 제2공장은 147만㎡ 부지에 건평 27만㎡ 규모로 프레스, 차체, 도장, 조립, 의장, 엔진 등 자동차 전 공정이 막힘 없이 흐르는 물처럼 이어지고 있다.
10월부터 쎄라토 중국형 모델을 만들고 있으며, 이 달부터는 쎄라토 5도어 모델을 추가 생산한다. 2009년엔 중국시장을 검토해 새로운 차종의 투입도 고려중이다.
착공한지 21.5개월 만에 가동한 이 공장은 현재 1단계로 연간 15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지만 2단계가 완료되는 2009년 9월엔 연 30만대 생산이 가능하다.
이곳에서 수양제의 대운하를 건너 서북쪽으로 3.5㎞ 떨어진 1공장이 연 13만대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니 머지않아 연 43만대 생산이 가능하다. 기아차는 2010년 연 44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신감의 근거는 검증된 최첨단 시설 및 숙련된 노동력, 중국 정부의 지원이다. 차체와 엔진 공정은 울산 현대자동차 기술부에서 수백번의 시운전을 통해 성능을 보증한 설비를 그대로 뜯어와 설치했다.
과거 실패를 거울삼아 초기에 2,310건의 문제점을 개선한 것도 한몫 했다.
임금수준이 지역 업체보다 3배인 근로자는 대부분 1공장에서 6개월 이상 각 라인을 거친 베테랑들이다. 중국 정부는 ▦공장부지 우대조건 제공 ▦법인세 등 각종 세금 감면혜택 ▦차량 수송을 위한 철도ㆍ항만ㆍ도로 건설 등으로 힘을 보탰다.
현대ㆍ기아차는 옌청 기아차 1, 2 공장(연 44만대)과 베이징(北京) 현대차 1공장(연 30만대)에 이어 내년 4월엔 현대차 2공장(연 30만대) 건설을 완료해 중국 생산 100만 시대를 열 참이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은 이날 준공식장에서“투자가 이렇게 됐으니까 앞으로 신념을 갖고 경쟁력 있게 잘 운영할 것”이라며“‘비 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속담이 있듯이 제2공장 건설을 계기로 지금의 도전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한 단계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목소리와 낯빛은 부쩍 자신감이 들어보였다.
100만 판매 필승의 전략은
100만대 생산만이 능사는 아니다. 팔지 못하면 도로아미타불이다. 현대ㆍ기아차는 2010년 현대차 60만대, 기아차 44만대 판매목표도 이미 세웠다.
중국 승용차 시장규모가 지난해 518만대, 올해 594만대에 이어 2010년엔 730만대에 이르는 등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다는 전망에 따른 것이다.
현재 스코어는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는다. 1997년과 2002년 각각 중국에 진출한 기아차와 현대차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려왔지만, 올해 판매실적(11월 현재 현대차 20만7,025대, 기아차 8만9,712대)은 치열한 경쟁으로 가격 우위를 잃은 데다 맞춤형 차량 부재 등으로 기대치에 못 미쳐 연초 목표를 하향 조정하기까지 했다.
역시 판매의 기본은 지피(知彼)다. 기아차는 반짝거리고 밝은 색을 좋아하는 중국인의 기호에 맞춰 올 1월 중국형 프라이드(현지명 RIO천리마)의 라디에이터 그릴 크롬 라인을 더욱 두껍게 처리하고 도어 손잡이 등에 크롬도금을 추가했다.
지난달 첫 선을 보인 중국형 쎄라토 역시 국내형과는 헤드램프와 후면부의 볼륨이 다르다. 역동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을 선호하는 중국인의 취향에 맞춘 것. 쎄라토 5도어 생산도 같은 맥락이다.
정 회장은 “중국 현지 맞춤형 차량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맞춤형 전략 모델 투입과 아울러 원가절감을 통한 가격경쟁력 확보, 네트워크 확충, 스포츠 마케팅 등을 통한 브랜드 이미지 향상에도 매진한다.
판매의 선봉인 딜러망은 지난해 670곳(현대차 400, 기아차 270)에서 올해 말까지 1,070곳(현대차 600, 기아차 470)으로 늘리고, 정비망 역시 올해 150곳, 2010년 200곳 등으로 늘린다.
기아차 2공장을 완공하면서 동반 진출 협력업체의 공장 증설을 유도하고 부품 현지화율을 90% 이상 유지한 것은 값을 내리기 위한 노력이다. 2008베이징올림픽, 2010상하이세계박람회 등은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중국시장 100만 생산, 100만 판매의 시대는 이제 막 막이 올랐다.
옌청=고찬유기자 jutd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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