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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13집앨범 'The third place' 출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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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은 13집앨범 'The third place' 출반

입력
2007.12.10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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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1995년 6집 <공무도하가> 이후 대중으로부터 자신의 음악을 멀리 떠나보낸 이상은(36)이 자신만의 길을 고집스럽게 걸었기 때문이다. 대중가수가 대중의 환호, 방송사의 러브콜을 외면하고 혼자 걷는 길은 옆에서 바라보는 이의 눈에 즐겁게만 비치지 않는다.

일본과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돌아온 그녀의 음악에는 자신만의 고집이 딱딱하게 앉아있었고, 예쁘고 중독적인 가락과 멜로디에 쉽게 마음을 주는 국내 가요 팬들은 그런 음악을 외면했다. 어쩌면 대중들은 아직도 그녀와 ‘담다디’ 를 동일시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몽환적이며 비기계적인 이상은의 새 음악에 적응을 못했을지 모른다.

13집 로 돌아온 그녀에겐 그래서 묻고 싶은 게 많았다. 무엇이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자기만의 색깔을 유지하며 13장의 음반(일본에서 4장 발매)을 만들도록 했는지, 꿈을 꾸는 시간여행자라도 되는 듯이 토해내는 음악의 정체는 무엇인지 말이다.

홍대 앞 소극장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설탕을 넣지 않은 독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마주앉은 그녀에게 가장 먼저 “당신은 예술가인가, 아니면 대중가수인가” 물었다. 자극적이고 그냥 예쁘기만 한 대중음악으로부터 확실히 경계를 두고 버티는 그녀의 위치가 궁금했다.

“내가 생각하는 세계를 표현하기 위해서 음악을 만들고 부릅니다. 영화감독이 자신의 느낌과 세계관에 기반해서 영화를 만드는 것처럼 음악인도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경우가 많지 않아서 아쉽죠. 저는 그냥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에요. 예술가는 좀…”

이상은의 데뷔 모습을 기억하는 세대에게 ‘담다디’는 그녀의 음악세계를 이해하는 간단한 공식과도 같다. 하지만 ‘담다디’는 대중에게 그녀의 존재를 알린 소중한 노래인 동시에, 이상은의 도약을 막았던 걸림돌이기도 했다. 아무리 진보적인 음악을 해도 이상은의 이름 뒤엔 꼬리표처럼 ‘담다디의 가수’가 매달려 있었다.

“우리 대중의 문제 중 하나가 아티스트와 같이 커나가지 못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난 열심히 노력해서 계속 변하는데 사람들은 그대로였죠. 그냥 나 혼자 달려간다는 느낌. 난 대중이 보낸 사랑에 보답하려고 새로운 음악을 계속 추구했는데, 대중은 ‘담다디’의 가수로만 기억하는 것. 약간 실망감이 들었어요.”

그래도 13집을 비롯해 그녀의 최근 음악은 비교적 쉬워졌다. 철학적인 가사 내용과 각국의 고품격 대중음악을 받아들여 난해했던 수년 전 음악에 비하면 마치 ‘담다디’ 이후 최고 히트곡이었던 ‘언젠가는’ 을 듣는 듯한 대중적인 멜로디가 크게 늘었다.

“예전엔 조금 우왕좌왕 표현하기도 했어요. 이제 정리가 된 것이죠. 나이가 들어가면서 좀 단순하게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중가요를 닮아간다라기보다 내 스타일을 찾았다는 게 맞아요. 좋은 음악을 찾기 위해 열심히 돌아다니던 20대 때와 달리 지금은 소통하고 싶다는 의지가 강해요. 조미료를 덜어낸 듯 가벼운 음악을 지향하죠. 미술하는 사람들도 어릴 때는 어두운 것을 많이 그리지만 좀 자라면 단순한 작품을 그리잖아요. 그런다고 미술이 만화가 되지는 않죠.”

이상은의 음악은 그녀의 말처럼 가요 시장을 오가는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공통적인 호응을 얻지 못했다. 음악 편식 성향이 강한 한국 가요시장에서 그녀와 같이‘다른 음악’을 하는 가수는 상업적인 경쟁구도를 버티기 힘들다. “음반 판매 경쟁 생각하면서 음악하지는 않아요. 그러면 작품을 못 만들어요. 저는 외국에서 인정을 받고 싶어요. 저의 음반이 일본에서 발매될까 등의 고민을 해요. 국내 경쟁이 힘들면 외국으로 나가서 활동하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영화나 미술계를 보세요. 우리 아티스트들도 해외로 눈을 돌리면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상은은 여행을 많이 한다. 이를 통해 얻은 영감으로 음악작업을 한다. 여행은 그녀가 일본에서 7년이라는 세월을 보내며 ‘어덜트 얼터너티브(Adult Alternative)’ 의 장르를 굳히게 한 원동력이기도 했다. 13집은 일본 오키나와에서의 여행과 생활을 모티프로 해 만들어졌다.

여행과 음악의 연관을 물었다. “문화적으로 우리보다 뛰어난 곳을 다니면 영감이 생기죠. 그것을 작품에 흡수시키려 합니다. 저는 뇌를 활성화하려고 해외여행을 다녀요. 다양한 문화를 즐기면 뇌가 말랑해지죠. 또 그래야 작품이 나오고. 뇌를 부드럽게 만들려고 부지런을 떨어요.”

그녀는 획일적인 대중문화를 강요하는 미디어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문화 편식을 하도록 만드는 대중매체는 불친절하고 결국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어요.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힘을 만들어주는 미디어가 필요합니다.”

15, 16일 서강대에서 13집 발매 기념 단독콘서트를 앞둔 그녀는 “꿈을 꾸는 듯한 탈일상적인 음악을 할 것입니다. 음악을 통해서 다른 시공간으로 들어가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영화를 보듯, 음악을 들으면 작가가 보여주고 싶어하는 그 공간으로 순간이동하는 기분. 이게 예술의 좋은 점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양홍주 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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