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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제 후폭풍… "차라리 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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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제 후폭풍… "차라리 재수"

입력
2007.12.10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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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험생 신모(25)씨는 현재 삼수를 심각하게 고려 중이다. 수능시험에서 실수로 놓친 4점짜리 한 문제 때문이다. 한의대 지망생인 그는 수리영역('가'형)을 빼고 전부 1등급을 받았다.

주변에서는 "논술고사가 남아있으니 힘내라"고 하지만 내심 수능성적만으로 뽑는 우선선발 전형을 노렸던 터라 뒤집을 자신이 없다. 신씨는 "군 제대 후 한의사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기숙학원까지 다니며 독하게 준비했는데, 비합리적인 등급제로 인해 1년간 들인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며 허탈해 했다.

'수능 등급제' 여파가 2008학년도 대입 지형을 흔들고 있다. 정시모집 원서접수까지 10여일이 남았지만 재수를 결심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등급제의 폐해'를 성토하는 목소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입 재수 시장'도 예년에 비해 일찌감치 문을 여는 분위기다.

9일 서울 강남의 한 논술학원에서 만난 원모(18)군도 재수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다. 그는 수능이 끝나자마자 고향 광주에서 올라와 논술 준비에 매달려 왔다.

원군은 "수리와 물리에서 2등급을 받았다"며 "총점은 두 차례 모의평가 때보다도 높았는데, 등급제 마술에 걸려 원하는 대학에 지원조차 할 수 없다는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변했다. 재수생 이모(19)양도 "수시모집에서 연세대 의대를 지원했는데 수리 영역에서 2등급을 받아 정시 지원도 힘들 것 같다. 억울해서라도 다시 의대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수험생들이 몰리는 한 입시 포털에 개설된 '(등급제) 피해자 모임' 코너에도 "수리 97점 맞은 사람은 대학가지 말라는 것이다(ID: 08SM)", "진짜 미친 듯이 공부만 했는데 1점 차이로 수리, 외국어 모두 2등급이다. 망할 교육부(ID: 올해는 가야 해)"등 등급제와 교육부를 비난하는 글이 300여개나 올라와 있다.

불붙는 '재수 바람'은 의대나 치대, 한의대를 노리는 자연계 상위권 학생들에게서 두드러진다. 수리 '가'형이 쉽게 출제돼 한 문제 차이로 등급이 갈리면서 대학ㆍ학과의 선택 폭마저 바꿔 놓았기 때문이다. 이만기 유웨이중앙 평가이사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대부분 상위권 대학들이 수리 영역에 높은 가중치를 주거나, 격차를 타 영역보다 크게 책정해 논술시험으로 뒤쳐진 점수를 만회할 수 없다는 기류가 팽배하다"고 설명했다.

김영수 서강대 입학처장은 "등급제의 가장 큰 문제는 정보를 왜곡한다는 것"이라며 "이런 식이라면 운 좋게 등급을 잘 받은 학생이라도 실력을 과신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재수 시장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예년에는 각 대학 원서접수가 끝나는 연말께부터 '선행 학습반', '재수 선행반' 등의 강좌가 개설됐으나, 올해는 7일 수능 성적 발표 이후 재수 문의가 쏟아지면서 가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영덕 대성학원 평가이사는 "등급제 시행 첫 해인 올해는 재수 기피 영향으로 '반수생'을 포함한 졸업자 응시인원이 2만여명 줄었다"며 "그러나 등급제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면서 각 대학의 추가합격 발표가 마무리되는 내년 2월 중순부터 재수에 뛰어드는 수험생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김재욱인턴기자(연세대 사회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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