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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친서 '중대 국면' 표현… 北核신고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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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친서 '중대 국면' 표현… 北核신고가 관건

입력
2007.12.10 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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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재임중 처음으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친서를 보낸 것은 북한 핵 문제를 둘러싼 현 상황이 중대한 전환점에 도달했음을 뜻한다.

부시 대통령의 친서는 직접적으로는 북한의 완전한 핵 프로그램 신고를 겨냥하고 있지만 앞으로의 전향적인 상황 진전에 따라서는 북미 관계 정상화가 새로운 출발점을 맞게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친서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북한이 기존의 북핵 관련 합의에 따라 '충분하고도 완전한 핵 프로그램 신고'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부시 대통령은 친서에서 북한의 합의 이행에 따라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및 적성국 교역법 적용 종료 차원을 넘어서는 북미 관계정상화의 적극적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신고'를 전제로 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의 전체 과정에서 핵 프로그램 신고가 갖는 의미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친서에서 '중대 국면(Critical juncture)'라는 표현을 사용, 북한의 태도에 따라 북미 관계에 획기적 진전이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핵 프로그램 신고 의무의 완전한 이행은 중요할 뿐 아니라 임기말 부시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절박한 문제이기도 하다. 부시 정부는 거의 유일한 외교적 업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북한 핵 문제의 해결이 후퇴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쏟다.

부시 대통령이 한때 '악의 축'이라고 불렀던 북한의 최고 지도자에게 친서를 보낸 것은 그 자체가 이러한 노력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친서에 사용된 표현이나 형식에서도 부시 대통령의 변화된 태도를 읽을 수 있다.

미 백악관에 따르면 12월1일자로 된 부시 대통령의 친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지칭하는 '친애하는 위원장께(Dear Mr. Chairman)'로 시작해 '충심으로(Sincerely)'라는 표현으로 끝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미 대통령을 상징하는 문양이 새겨진 백악관 공식 편지지를 사용했고 친서 말미에 친필로 서명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북한이 미국의 기대에 부응해 만족할만한 핵 프로그램 신고 목록을 제출할 경우, 부시 대통령의 친서는 북미 관계정상화 과정의 획기적 전환점으로 기록될 수 있는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다.

특히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위한 4개국 정상회의가 거론되고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의 개시가 추진되고 있는 때에 부시 대통령의 친서가 등장한 것은 이러한 움직임을 뒷받침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한미간에 사전 조율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맥락에서 북한이 부시 대통령의 친서를 받았음을 관영 매체를 통해 즉시 공개한 것은 긍정적인 상황 진전으로 평가할 수 있다.

물론 북한이 부시 대통령의 친서가 있었다고 해서 핵 프로그램 신고에 대한 기존의 계획과 태도를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고 보는 것은 성급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친서가 북한에 큰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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