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호 / 북하우스'부에나 비스타…'의 나라…흐르는 시간, 남는 사진
1878년 12월 10일은 쿠바가 10년전쟁 끝에 스페인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날이다. 지난달 사망한 <나자(裸者)와 사자(死者)> 의 작가 노먼 메일러가 1961년 미국의 피그만 침공을 보고 케네디를 향해 일갈했다는 말이 있다. 나자(裸者)와>
"쿠바를 그렇게 몰라? 그 나라 음악도 이해 못하면서 쿠바를 침공하다니!" 쿠바는 체 게바라의 나라, 헤밍웨이의 나라로 많은 이들의 영감에 불을 지피기도 했지만 노먼 메일러의 말처럼 무엇보다 음악의 나라이기도 하다. 20세기 말 한국에서도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음악은 쿠바를 다시 보게 하는 놀라운 계기가 됐다.
사진작가 이광호를 쿠바로 이끈 것도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음악이었던 모양이다. "사람들은 묻는다. 왜 쿠바였느냐고... 영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을 보면서 쿠바에 대해 희미하게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구체화되었다. 진한 색채의 영상, 영혼을 울리는 음악은 쿠바를 더욱 보고 싶게 만들었다."
<쿠바를 찍다> (2006)는 이광호가 그렇게 이끌려 찾아간 쿠바의 모습을 흑백과 컬러의 사진으로 담아낸 여행기다. 고풍스럽고도 따뜻한 도시와 뒷골목들의 모습은 섬세한 톤의 흑백 사진에, 북회귀선의 태양과 사람들이 함께 빚어내는 매혹적인 쿠바의 정열은 생생한 컬러사진으로 기록됐다. 쿠바를>
이광호가 아바나의 한 클럽에서 찍은, 부에나비스타의 보컬리스트이자 작곡가 피오 레이바가 노래하는 사진을 보면서 그들의 CD에 자연스레 손이 갔다.
피오 레이바는 지난해 89세로 숨졌다. 앞서 콤파이 세군도와 루벤 곤잘레스가 2003년 각각 95세와 84세의 나이로, 이브라임 페레가 2005년 78세로 사망하는 등 부에나비스타의 멤버들은 하나하나 세상을 떴다. 사람들은 떠나고 그들의 음악만 남았다. 그리고 한 장의 사진은 때로 그들이 존재했던 시간의 모든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종오 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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