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러시아 국가두마(하원) 선거에 대한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압박하고 나섰다.
야당과 인권단체들은 2일 선거에서 푸틴 대통령의 통합러시아당이 64%를 웃도는 득표율로 압승한 것으로 두고 관권선거 등을 거론하며 비난한 데 이어 국제사회까지 동참한 것이다.
미 백악관은 3일 러시아 총선 결과에 대해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축하 전화를 건넬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선거 당일 러시아 정부가 선거에 조직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러시아 측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 명백하게 출마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시 대통령이 축하 전화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국민의 전폭적 지지를 바탕으로 러시아를 미국과 맞먹는 강국으로 부활시키려는 푸틴의 야망에 대한 미국의 불편한 심기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독일, 영국 등 EU국가들도 푸틴 정부를 겨냥해 선거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토마스 슈테크 독일 정부 대변인은 "이번 선거는 자유롭지도 정당하지도 않았으며 민주적으로 치러지지도 않았다"고 비난했고, 영국 외무성은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부정선거 의혹을 즉각 조사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칼 빌트 스웨덴 외무장관은 "편파적인 국영TV 보도와 정부의 개입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고 비꼬았다.
한편 푸틴 대통령에게 축하 인사를 건넨 국가도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따뜻한' 축하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무장관이 부정선거 의혹을 비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도널드 푸스크 폴란드 총리는 "러시아 국민이 선택한 결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이유가 없다"며 선거 결과를 인정했다.
러시아 현지 일간지 코메르산트는 4일 "푸틴 대통령이 3일 밤 통합러시아당의 승리 축하연에 참석하지 않았다"면서 "집권 여당의 비례대표 1번으로 나섰는데도 60%의 득표율에 머무른 것에 실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3일 "총선 결과는 현재 정권의 연속성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반영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