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열린 대선후보 첫 TV토론은 토론회장 안팎이 모두 긴장된 분위기였다. 토론회장 내의 설전도 그렇지만 장외공방도 뜨거웠다.
이날 토론은 3개 주제로 엄격히 제한돼 진행됐음에도 내용적으로는 검찰의 BBK 수사결과 발표 이후 형성되고 있는 ‘이명박 대 반(反) 이명박 구도’ 양상을 보였다. 토론 참석자는 중앙선관위 기준에 따라 국회 원내 5석 이상 정당, 직전 선거에서 득표율 3% 이상을 기록한 정당, 후보등록 마감일인 26일까지 30일 간의 여론조사에서 5%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한 후보로 한정했다.
후보들 간 토론에서는 BBK 수사 결과 발표를 두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간에 전개된 설전이 가장 치열했다. 반면 무소속 이회창 후보 등 다른 후보는 BBK 공방에서 한발 비껴 나 있었다. 다만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검찰이 이명박 후보 대변인 된 것은 맞다”는 식으로 정 후보의 공세에 동조했다.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대북 정책 주제를 다루면서 날카로운 신경전을 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대북 정책에 대해 이명박 후보가 말을 바꿔 왔다”는 정 후보의 지적에 이명박 후보가 “말을 바꾼 적이 없다”고 반박하자 이회창 후보는 “내가 볼 때는 말이 바뀌었는데 아마 한글을 보는 눈이 다른 것 같다. 서로 연구 좀 하십시다”라고 쏘아붙였다.
# 후보많고 자유토론 없어 밀도 떨어져# 이명박, 경호문제로 지하주차장으로 나가
이날 토론은 6명의 후보가 출연한 데다 자유토론 시간을 갖지 않아 토론의 밀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장외공방도 토론회의 열기를 더했다. 비가 내리는 추운 날씨 속에서도 토론회가 열린 KBS 본관 앞에는 수백 여 명의 각 후보 지지자들이 모여 응원전을 펼쳤다. 토론회를 마치고 나오던 이명박 후보가 BBK 의혹을 주도적으로 제기한 신당 박영선 의원과 마주쳐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박 의원과 함께 서 있던 신당 최재천 의원과만 악수를 하고 지나가려던 이 후보에게 박 의원은 “저 똑바로 못 처다 보시겠죠”라고 한마디했고, 이에 이 후보는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라고 응수했다. 박 의원이 다시 “부끄러운 줄 아세요”라고 말하자 이 후보는 몇 걸음을 떼다 “옛날엔 안 그랬는데” 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이명박 후보는 토론회가 끝난 뒤 경호상의 이유로 KBS 본관 정문을 통하지 않고 지하주차장을 이용해 토론회장을 빠져 나갔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발생한 총기탈취 사건과 관련해 경호대장이 위험할 수 있으니 지지자들과의 인사를 생략하고 가는 게 좋겠다고 권유해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5명의 후보는 본관 정문을 통해 나갔다.
정녹용 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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