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쪽 10km 해상에서 발생한 국내 최대 원유 유출사고의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당초 해양수산부는 사고 해역이 바닷가에서 멀기 때문에 1995년 여수 해안에 좌초한 씨프린스 호 사고와 같은 기름오염 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그러나 1만 톤 넘게 새나온 기름은 반나절 만에 해안과 어장을 덮쳤다. 너비 1,6km 길이 19km 기름 띠가 조류를 타고 남동쪽으로 흐르고 있어 서해안과 생태계에 큰 재앙이 우려된다.
당장 급한 것은 씨프린스 호의 2배가 넘는 유출 원유를 신속하게 방제, 회수하는 것이다. 정부는 전국의 방제선 89척을 동원, 오일펜스를 치고 진공흡입기와 흡착포로 기름을 빨아들이는 한편 퍼져나간 기름은 유처리제로 중화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어제까지 회수한 기름은 고작 몇 백 톤에 불과하다.
이에 비춰 정부는 사태를 국가적 재난 상황으로 인식,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재앙을 막아야 한다. 대선으로 어수선한 관ㆍ민을 독려, 피해를 줄이는 데 총력을 쏟아야 한다.
초기 방제가 여의치 않은 만큼 이웃 국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급하다. 씨프린스 호 때는 기름 회수에 다섯 달이 걸렸고 1,000억원 가까운 피해를 남겼다. 방제하지 못한 원유는 어장과 환경을 파괴하고 바다 밑 생태계에까지 오래도록 악영향을 준다. 유처리제도 독성물질을 남긴다.
이번 사태는 1989년 알래스카 해안의 대재앙을 낳은 액손발데스 호 좌초 사고 등 국내외의 교훈을 돌보지 않는 현실에서 비롯됐다.
원유를 가득 실은 14만 톤급 유조선이 연안 항로 가까이 무방비 상태로 정박하고, 거대한 철 구조물인 1만2,000톤 짜리 해상 크레인 선을 육상에서는 필수적인 호송조치 없이 유조선 부근으로 끌고 지나간 것이 사고를 초래했다고 본다.
예인선 와이어가 끊어지는 바람에 무동력 크레인 선이 파도에 밀려 유조선과 충돌했다는 얘기를 곧이 믿기 어렵다. 뭐가 잘못됐는지 제대로 가려야 향후 안전대책도 올바로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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