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국내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1만톤이 넘는 원유가 조류를 타고 인근 대규모 양식장과 갯벌로 퍼지면서 큰 피해가 예상된다.
7일 오전 7시15분께 충남 태안군 만리포 북서방 5마일 해상에서 항해중이던 홍콩선적 14만6,000톤급 유조선 ‘헤베이 스프리트’와 모 중공업 소속 해상크레인을 적재한 1만1,800톤급 부선이 충돌했다.
이 사고로 유조선 왼쪽 오일탱크 3개에 구멍이 나 1만810톤의 원유가 해양으로 유출됐다. 유출량은 1995년 ‘씨프린스호 사고’ 당시 흘러나온 원유와 연료유 5,000톤과 비교하면 2배 규모다.
이번 사고는 인천대교 공사작업을 마친 해상크레인 부선을 예인선으로 경남 거제로 끌고 가는 과정에서 예인선 한 척의 와이어가 끊어지면서 중심을 잃고 떠내려가 대산항에 들어가기 전 정박해 있는 유조선과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정부는 해양수산부에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하고 현장에 경비함정 12척, 방제선 3척을 투입, 사고선 주변에 1m 높이의 오일펜스를 설치했다.
하지만 오후 4시 현재 초속 10m 이상의 바람과 2~4m의 파도 때문에 오일펜스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가연성의 가스를 포함한 원유 특성상 질식이나 화재, 폭발의 위험이 있어 방제선들의 접근이 곤란해 조기 방제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상 상태가 호전되지 않을 경우 9일 아침엔 유출 원유가 대규모 양식장이 있는 태안반도, 태안항과 만리포ㆍ천리포 해수욕장까지 확산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현재 구멍난 왼쪽 탱크의 원유를 오른쪽의 빈 탱크로 옮기고 있어 더 이상 대규모의 원유 유출은 없을 것”이라면서 “사고지점에 해안에서 10km 가량 떨어져 있고, 추운 날씨로 원유가 응고돼 빠른 속도로 확산하지 않는 점이 불행중 다행”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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