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 사상 처음 점수제가 아닌 등급제(1~9등급)가 도입된 200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채점 결과, 전체적으로는 등급별 표준비율을 유지함으로써 각 시험 영역이 변별력을 갖췄던 것으로 7일 나타났다.
그러나 문제가 비교적 쉬웠던 수리 ‘가’형의 경우 1등급 구분점수가 98점선으로, 3점짜리 문항 1개만 틀려도 2등급으로 떨어졌으며, 이로 인해 비슷한 점수대가 대거 몰린 2등급 비율이 표준비율(7%) 보다 3% 이상 높은 10.08%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대입 정시모집에서는 1·2등급 학생들이 주로 지원하는 연세대 고려대 등 상위권 대학 자연계열 학과 경쟁률이 치솟을 전망이다.
수능 출제 및 채점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날 브리핑을 갖고 “응시생 55만 여명을 대상으로 한 채점에서 변별력에 큰 문제가 없었으며, 등급 비율도 잘 나왔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15일 수능 시험 후 일부 입시기관에서 제기했던 ‘특정 영역 1등급 컷(구분점수) 100점’과 특정 등급 수험생들이 지나치게 많아 다른 등급이 비는 이른바 ‘블랭크(공백)’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채점위원장인 노명완 고려대 교수는 “우려가 컸었던 수리 ‘가’형은 1등급 비율이 4.16%였는데, 이는 상위권 학생들에 대한 변별력을 충분히 갖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언어 수리 외국어(영어) 등 3개 영역에서 모두 1등급을 받은 학생은 3,747명이며, 2개 영역 이상 1등급은 1만5,017명이었다. 언어 수리 외국어 사회·과학탐구(4과목) 등 4개 영역 1등급은 644명이었다.
김영일 김영일교육컨설팅 대표는 “주요 3개 영역 1등급 학생 수를 감안하면, 수능 성적만으로는 학생 선발에 변별력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한 상위권 대학들은 수능 성적을 핵심 전형 요소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상위권 대학들은 논술과 학교생활기록부(내신) 변별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질 전망이다.
수능 성적표가 이날 수험생 개인에게 통지됨에 따라 정시모집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게 됐다. 각 대학들은 ‘가’, ‘나’군 등 군별로 나눠 20일부터 원서접수를 시작한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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