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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원칙'vs 사르코지 '실리', 엇갈린 마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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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켈 '원칙'vs 사르코지 '실리', 엇갈린 마이웨이

입력
2007.12.10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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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양대 국가를 이끄는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외교 정책에서 상반되는 길을 걷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실리 외교에 나서면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는 반면, 메르켈 총리는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인권 환경 등 유럽의 고전적 가치를 견지하고 있다.

경제적 성과로 볼 때 취임 7개월째인 사르코지 대통령이 거둔 성과는 적지 않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을 방문해 등 에어버스 150대 등 300억 달러(약 27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통상의 정상회담에서 나오는 계약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규모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유럽연합(EU) 회원국과 지중해 연안국들이 에너지, 테러 등의 공통 이슈를 논의하는 지중해연합 창설에도 발벗고 나서고 있다. 이 기구가 창설되면 프랑스의 무역 규모는 대폭 늘어난다. 그는 신흥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러시아와의 무역 확대에도 적극적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이 같은 세일즈 외교는 그러나 프랑스의 전통적 가치인 자유와 인권을 담보로 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국 방문 때 인권 문제를 거론하는 것을 꺼린 중국을 배려해 동반 예정이었던 인권 담당 장관을 수행원에서 제외시킨게 단적인 예다. 최근에는 총선 선거부정 논란을 빚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승리 축하 전화를 했다가 “실리를 위해 프랑스의 정신까지 훼손해야 하느냐”는 반발을 샀다.

이에 반해 메르켈 독일 총리는 원칙 외교를 고수하다가 실리를 손해 보는 케이스다. 메르켈 총리는 9월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를 면담했다.

지난해 초에는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푸틴 대통령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반체제 인사들과 회동했다. 이런 원칙외교 때문에 독일이 보는 손실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러시아 정부는 최근 대규모 천연가스 저장 시설 건설을 추진하면서 후보였던 독일을 제외하고 오스트리아와 계약을 체결했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윈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요구한 달라이 라마 면담에 대한 사과 요구도 사실상 거부해 중국 내 독일 기업들의 우려를 샀다. 이 때문에 독일에서는 ‘메르켈 코스트’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상태다. 메르켈 총리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지중해연합 구상과 유로화 평가 절하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두 정상의 상반되는 외교 노선은 단기적으로는 사르코지 대통령의 승리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인 득실은 두고 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독일의 정치 평론가 주디 뎀프시는 “자유, 인권의 가치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라며 “메르켈 총리의 원칙 외교는 장기적으로 독일 국민과 후임 지도자에게 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주 기자 m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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