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영역다툼을 벌이던 '경제검찰'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검찰' 금융감독위원회 사이에 '해빙무드'가 완연하다. 서로 업무영역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맺은데 이어, 이번엔 두 기관장이 상대기관을 방문해 강의까지 한다.
김용덕 금융감독위원장은 7일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을 상대로 강연에 나섰다. 10일에는 권오승 공정위장의 금감위 강의가 예정돼 있다. 두 기관이 최근 업무협약을 맺은 후 서로의 업무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교차 강의'다.
그 동안 두 기관은 심심찮게 갈등을 빚어왔다. 금감위의 지도가 금융회사의 '담합'을 유도한다거나, 공정위가 금융회사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금감위의 감독기능과 부딪히는 이중규제가 아닌가 하는 논란이 그것이다. 그러나 본질적으론 금융부문을 둘러싼, 기관간 영역싸움 성격이 짙었다.
김용덕 금감위장은 이날 강연에서 "금융감독당국이 금융사의 쏠림 현상을 규제하기 위해 수익성과 건전성을 감독하는데 외부에서 보면 이런 행위가 마치 부당 공동 행위를 유발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으나 이런 시각은 적절치 않다"며 "소모적 경쟁으로 금융사가 부실해지면 불특정 다수의 예금자와 투자자에게 피해가 발생한다"며 금감위의 시각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금융감독기구와 공정위가 과당 경쟁을 지양하면서 공정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정책 방향을 함께 찾자"고 제의했다.
금감위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소비자 피해를 유발해도 금감위는 시정을 요구할 수는 있지만 과징금을 부과할 수는 없어 공정위가 다시 (과징금 부과 등에) 나서는 것이기 때문에 '이중규제'로 단정키 어려운 측면도 있다"며 "서로 협조하면 훨씬 효율적인 감독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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