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에서 야채 매입을 맡고 있는 한경호 바이어는 TV 건강프로그램의 열혈 시청자다. 특히 일요일 밤 방송되는 KBS 교양 프로그램'비타민'의 '위대한 밥상' 코너는 빠트리지 않고 챙겨본다.
식품 바이어로 일하는 다른 동료도 마찬가지다. 백화점 식품 바이어들이 건강과 음식을 다루는 프로그램에 열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야채, 과일 등 식품 매출에 미치는 후광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이런 프로그램에 집중 소개된 품목들은 즉각적으로 매출이 치솟는다.
지난달 25일 '위대한 밥상'에서 "감은 비타민이 풍부해 감기 예방 효과와 이뇨작용이 탁월하다"고 소개된 직후 1주일 간 매출이 55%나 급증했다. 율무와 삼치도 방송에 나간 이후 매출이 각각 350%, 101% 늘었다.
한경호 바이어는 "웰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탓에 주부들이 건강 정보를 스스로 많이 수집하고 응용하면서 식품 구입에도 즉각 반영된다"며 "그들의 관심이 어디로 이동하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지 않으면 상품이 동나 낭패를 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바이어들은 방송 직후 즉각 행동에 돌입한다. 전파를 탄 품목은 한시라도 빨리 더 많은 물량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송 이튿날 새벽이면 가락동농수산물시장이나 노량진수산시장으로 출근, 방송에 소개된 상품들을 평소보다 넉넉하게 주문한다. 한 바이어는 "대개 생선은 2~3배, 곡물이나 과일은 10배 가량 더 많이 준비한다"고 설명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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