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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단] 십이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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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단] 십이월

입력
2007.12.10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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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홍준

싸구려 커튼을 치고 책상을 앉힌다 수평선이 보이지 않는다 지평선이 보이지 않는다 이 가난한 방에서 나는 입술을 닫는다 사철나무 꼭대기에 새 몇 마리 날아와 앉았다 간다 너희에겐 명상이 없다 심사숙고가 없다 오래 입 닫고 있지 못하는 새여 오래 날개 붙이고 있지 못하는 새여 움직임만이 살아있음의 증거, 그러나 이 가난한 방에서 나는 입술을 닫는다 무엇인가를 쓴다 무엇인가를 읽는다 어떤 문장 밑에 밑줄을 그으면 그 밑줄 막막한 수평선이 된다 지평선이 된다 커튼 밀치고 서서 멀리 길게 지는 해 바라본다 머리통이 작은 낙타와 隊商 몇 사람, 쓸쓸하다 요즘은 자주 헛것들이 보인다 내 윗입술과 아랫입술 사이에 살얼음이 낀다 이 가난한 방에서 나는 입술을 닫는다

▦1962년 경남 산청 출생 ▦1998년 <시와반시>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상가에 모인 구두들> <나는, 웃는다> ▦젊은시인상, 이형기문학상, 시작문학상 등 수상

<저작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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