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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기름폭탄' 맞은 생태계, 회복까진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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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 '기름폭탄' 맞은 생태계, 회복까진 30년

입력
2007.12.10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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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앞바다 사고처럼 1만톤이 넘는 원유가 연근해 바다로 유출되면, 사고 지역 바다와 해안가 생태계는 가히 원자폭탄이 터진 것과 맞먹는 수준으로 오염된다.

기름 유출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생태계를 파괴한다. 하나는 기름이나 유해성분에 직접 노출되면서 해당 지역 생물들이 죽는 경우다.

원유처럼 점도가 높은 기름에 노출되면 바다새는 깃털의 방수와 보온 능력이 떨어져 떼죽음을 당하게 된다. 실제 1967년 대서양 북해에서 발생한 영국 토리캐년호 기름 유출 사고 때 10만마리의 물오리가 기름에 오염돼 죽었다.

89년 미국 알래스카 해안 2,000㎞를 오염시킨 엑손 발데즈호 사건 당시에도 초기 6개월간 30만~67만 마리의 바다새와 3,000~5,000 마리의 수달, 253마리의 대머리 독수리가 비슷한 경로를 통해 희생됐다. 이는 이 지역에 살고 있던 해당 동물 개체수의 10%에 달하는 것이다.

원폭 투하 후에도 상당 기간은 방사성 낙진 등에 오염돼 숨지는 사람이 잇따르는 것처럼, 유류 오염은 바다와 인근 해변의 먹이사슬을 파괴해 장기적으로 생태계를 교란시킨다.

유출된 기름은 해면에 얇은 피막을 형성, 햇빛과 산소를 차단해 사고 해역을 ‘죽음의 바다’로 만든다. 또 흡착포로 피막을 제거해도 바닷물과 섞인 기름은 무거운 덩어리 상태로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해양 박테리아의 성장을 막아 플랑크톤이 살 수 없게 만든다. 플랑크톤이 없으면 어류가 살 수 없고, 어류가 없으면 어류를 먹는 바다 조류와 포유류도 존재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한국해양연구원에 따르면 95년 전남 여수 인근 해상에서 약 5,000톤의 벙커C유가 유출된 씨프린스호 사고 발생 2년 뒤 조사 결과, 바지락과 전복 채취량이 각각 70%와 56%나 감소했고 밑바닥 저서생물 종류도 199종에서 151종으로 줄어들었다.

엑손 발데즈호와 씨프린스호 사고 수습 과정을 감안하면, 태안 지역 해상과 해안이 과거처럼 건강한 생태계로 돌아가려면 최소 20년 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엑손 발데즈호 사고 이후 3년간 미국 정부는 20억달러와 10만명의 인원, 1,000척의 선박, 100대 항공기를 투입해 환경 정화 노력을 폈다. 그러나 외신에 따르면 99년 이후에도 프린스 윌리엄 해협의 울퉁불퉁한 바위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원유 찌꺼기가 발견됐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유출 규모가 이번 사고의 절반에 머물렀던 씨프린스호도 사고 발생 이후 12년이 지났지만 사고 해역 인근 소횡간도 등에서는 아직도 오염된 토양이 발견되고 있다. 한 관계자는 “3~4년 지나면 겉으로는 바다가 안정을 찾는 것처럼 보이지만, 개펄이나 토양, 해안 바위 틈 등 쉽게 눈에 띄지 않는 부분의 생태계가 완전 회복하려면 30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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