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셔도 사내답게 막걸리를 마셔라. 맥주는 싱거우니 신촌골로 돌려라….”
조용하던 야구장에 ‘막걸리찬가’가 울려 퍼졌다. 붉은 유니폼을 입고 목청껏 소리를 내는 후배들의 기개에 머리가 희끗한 동문들도 덩달아 박자를 맞췄다.
고려대 야구동문회 ‘백구회’가 뭉쳤다. 50년 전통의 백구회는 8일 경기 양주 장흥면 고려대 송추 야구장에서 연례 모임을 가졌다.
이날은 이종도(70학번) KBS N 해설위원과 허구연(71학번) MBC 해설위원을 비롯해 홍원기(현대), 조성민(전 한화), 김지훈 KIA 코치, 유진호 송호대 감독, 김선섭(이상 92학번) 광주일고 코치, 김선우(96학번ㆍ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 최근 수년 간 가장 많은 인원인 50여명의 동문들이 모여 선ㆍ후배 간의 뜨거운 정을 나눴다.
고대 동문들이 ‘떼’로 모인 자리에 막걸리가 빠질 수 없었다. 그라운드 한 편에 마련된 식탁에 막걸리 병과 즉석에서 구운 삼겹살이 부지런히 배달됐다.
술자리는 역시 ‘주당(酒黨)’으로 소문난 정삼흠(81학번ㆍ부천고 감독)이 주도했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반가운 마음만큼 마시자고.” 한 그릇씩 가득 부어 돌리는 막걸리와 함께 분위기는 무르익었다.
‘막내’ 정근우(01학번ㆍSK)는 선배들에게 한국시리즈 우승과 결혼을 축하 받느라 정신이 없었고 넉살 좋은 진갑용(93학번ㆍ삼성)은 까마득한 재학생 후배들과도 스스럼없이 농담을 나눴다.
6년 만의 OB-YB전 부활은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않아 취소됐지만 얼굴을 맞대고 정을 나눌 시간은 오히려 길어졌다.
이동영(76학번) 백구회장은 “호텔을 빌려 행사를 치르던 예년과 달리 재학 당시 추억이 서린 곳에서 모두 모이니 한결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고 했고 양승호(79학번) 고려대 감독은 “단합된 선배들의 모습은 이제 막 고대 유니폼을 입은 어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모임은 자리를 옮겨가며 저녁 늦게까지 계속됐고 “언제 어디서든 우리는 ‘안암골 호랑이’임을 잊지 말자”며 다음을 기약했다.
송추=양준호기자 pir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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