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이란 말이 들어간 단체명을 바꾼 것은, 민족문학을 버리자는 것이 아니라 시대 변화에 맞게 창조적 쇄신을 하자는 뜻입니다. 일제 치하, 분단, 독재에 맞서온 민족문학이 시대적 특수성을 반영한 개념이라면, 앞으로의 민족문학은 아시아 문학과의 교류를 늘리고 외국인 노동자 및 결혼 이민자와 공존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더 넓은 문학이 될 것입니다."
도종환(53) 시인이 민족문학작가회의의 후신으로 내년 1월1일 출범하는 한국작가회의의 첫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1,400여 명의 회원을 둔 국내 대표적 문인단체인 민족문학작가회의는 8일 오후 서울 출판문화회관에서 150여 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정기총회를 개최, 창립 20년 만에 단체명을 바꾸는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키고 도씨를 2년 임기의 신임 사무총장으로 선출했다. 단체명 약칭은 현재처럼 '작가회의'로 하기로 했다. 김지하 시인이 고사한 신임 이사장은 3개월 안에 임시총회를 열어 선출할 계획이다.
현 집행부의 부이사장인 도씨는 올해 2월 발족된 명칭변경소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이번 명칭 변경을 주도했다. 도씨는 한국작가회의가 1974년 자유실천문인협의회, 87년 민족문학작가회의로 이어지는 민족문학의 정체성을 계승하는 단체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사회의 선출과 총회 추인으로 사무총장이 된 도씨는 "명칭 변경을 놓고 내부에서 그간의 정체성을 버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있었다"며 "이런 오해와 대립을 다독일 화합형 리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 내가 중책을 맡게 된 것 같다"며 선출 배경을 자평했다.
도씨는 임기 중 역점 사업으로 남북 문학교류 활성화를 꼽았다. 남북 문인들은 작년 10월 평양에서 만나 6ㆍ15민족문학인협회를 결성한 바 있다. 도씨는 "그간의 성과를 더욱 진전시키는 방안으로 북측 작가들을 남한으로 초청하는 행사를 마련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난달 아시아ㆍ아프리카작가회의 행사에서 보여준 미흡한 행사 운영을 놓고 작가회의의 역량 저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질문에 대해선 "민족문학의 외연을 넓히고자 하는 좋은 취지의 행사였는데 '우리가 할 수 있다'는 의욕이 좀 과했던 것 같다"며 "국제행사 전문단체에 위탁하는 편이 나을 뻔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도씨는 최근 젊은 문인들의 참여 및 활동이 부진한 점을 인정하면서 "이번 명칭 변경은 민족문학에 내포된 가치론적 개념을 부담스러워하는 젊은 작가들의 입장을 적극 고려한 것"이라며 "그들에게 작가회의가 편안하고 즐거운 활동의 장(場)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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