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 BBK의혹 수사 발표
토론회 중간 중간 후보들은 BBK 사건과 관련해 '말폭탄'을 주고 받으며 날선 공방을 벌였다. 특히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작심한 듯 토론회 내내 BBK사건을 물고 늘어졌지만 이 후보도 '공세적 대응'으로 물러서지 않았다.
이명박 후보는 모두 발언을 통해 "어제 검찰 조사 결과에 의해 모든 것이 밝혀졌다"며 "그 동안 심려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정권교체를 해 대통령이 되면 국민 편안하게 모시는 걸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02년 김대업 공작 정치가 2007년 유사한 일 일어났다. 구태정치는 바뀌어야 한다"며 다른 후보들의 공세에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정 후보는 토론회 모두 발언에서 "탈세, 위장, 각종 거짓말 의혹에 휩싸인 후보와 나란히 앉아 TV 토론 한다는 것이 창피스럽다"고 이명박 후보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어 "미국 같으면 BBK 말고도 지금까지 드러난 것만 갖고도 이명박 후보는 지금 이 자리 앉을 수가 없다"며 "검찰은 이명박 후보를 세탁해 주려고 했는지 모르나, 부패한 후보라는 사실은 변함 없는 사실"이라고 공격했다.
이명박 후보는 정 후보가 북핵 발언 도중 자신을 공격하자 "오늘 정책을 토론하는 자리인데 정 후보는 어찌 전쟁하러 나온 것 같다. 평화주의자가 아닌 것 같다"고 반격을 펼쳤다. 그는 이어 "정 후보는 대한민국 검찰 안 믿는다고 했는데 범죄자만 믿고 검찰 안 믿느냐"면서 "정 후보가 노무현 정권에서 임명한 사람을 안 믿으면 북조선 검찰이 조사하면 믿겠나"고 비꼬았다.
정 후보도 그치지 않았다. 그는 "웃더라도 짚을 것은 짚어야 한다"며 "범죄자 얘기 믿느냐고 했는데, 이 후보는 범죄자(김경준)와 동업 했지 않았느냐. 나라의 미래를 위해 동업했냐.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했냐"고 따졌다.
두 후보간의 날선 공방이 그치지 않자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나서 "정 후보, 검찰이 이 후보 경호원된 것 맞다. 국민이 다 아니까 그만하고 토론하자"며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후보들은 마무리 발언에서도 BBK 문제를 잊지 않았다. 정 후보는 "기자와 정치인을 하면서 50개국 이상 발로 뛰며 선진국이 어떻게 잘 사는지 봐왔는데 거리와 지도자가 깨끗하고 신뢰도 두터워 인감도장과 주민등록을 안 쓰고 서명이면 족하더라"며 "부패와 거짓말, 정경유착을 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이명박 후보를 겨냥했다.
권 후보도 "위장 전입, 탈세 등 거짓말을 밥 먹듯 한 사람이 대통령 되면, 자녀들을 어떻게 가르치겠나"며 "이명박 후보의 집권은 재벌 부자 귀족들에겐 성공시대일지 몰라도 서민에겐 통곡시대"라고 가세했다.
자신에 대한 공격이 토론 막판까지 계속되자 이명박 후보는 "국민 여러분, 진짜가 가짜같고, 가짜가 진짜 같은 참 혼란스러운 세상"이라며 "말로 되는 것은 없으며 과거에 얽매여 뒤 돌아 보고 음해하고 비판해서는 안된다"고 반격했다.
창조한국당 문 후보는 "일자리 500만개를 부패나 무능과 바꾸지 말라"며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를 싸잡아 비난했다.
■ 북핵해결과 대북정책
북핵 문제 해결방안과 대북 정책에 대해서도 각 후보들은 날카롭게 맞섰다.
이회창 "이 자리 저 자리서 얘기 다르면 무늬만 보수"이명박 "昌과 큰 차이 없는데도 굳이 다르게 얘기해"
이회창 후보는 기조 발언에서 "북핵 문제 해결 위해 분명한 원칙과 거기에 합당한 효율적인 협상 방법 있어야 하고 상호주의 국제공조로 한반도에서 핵 문제 해결하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상호주의에 방점을 찍었다. 이 후보는 "가만히 있는데 돈 주고 지원하면 어느 바보가 포기하겠냐"며 "협조할 땐 협조하되 협조 안하면 불이익 준다는 자세가 핵 포기하도록 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명박 후보는 "이회창 후보의 주장과 저하고는 차이가 없다"면서도 "단지 북한이 실질적으로 핵 폐기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까지 남북관계는 단절 되야 하는 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후보는 "저는 이회창 후보와 생각과 철학이 다르다"면서 "시대착오적 대북관"이라고 몰아세웠다. 그는 이어 "미국이 햇볕정책으로 돌아섰다. 그런데 두 분은 한미동맹 강화하자고 하면서 미국과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 후보도 이회창 후보에게 "남북 적대 시대 60년대의 반공 투사 모습 같다"며 비꼬기도 했다.
정동영 "李·昌이 대통령이었다면 개성공단 됐겠나"이회창 "햇볕 10년 했다고 이 길 밖에 없다는 건 착각"
다른 후보들의 비판에 대해 이회창 후보는 "한반도 문제는 2중 구조에 모순구조"라며 "평화로 가야 하니 대립관계 무시하자는 것은 본질을 모르는 얘기"라고 맞받았다. 그는 "미국이 햇볕정책으로 갔다는 것도 어처구니 없다"면서 "햇볕정책을 10년 동안 해 왔으니까 이길 밖에 없다는 것은 착각"이라고 정 후보를 겨냥했다.
이어 이명박 후보는 기조 발언을 통해 "남북한간의 최대 과제는 핵폐기"라며 "남북 단독 협상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6자 등 국제 공조로 길이 있을 것이고 이에 우리도 적극 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집권하면 "핵 폐기 전까지도 인도적 지원은 하겠다"면서 "핵포기가 북 주민과 북에 더 유익하다는 것을 북한에 강력히 설득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이 후보의 말을 국민들이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의문"이라며 "외교 기본은 신뢰와 일관성인데 상황에 따라 자주 말을 바꾸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후보가 핵실험 ??는 전쟁불사론, 북미 대화 ??는 신대북정책 지지 등 유화론을 펴다가 이회창 후보 가 출마하자 신대북정책은 내 생각 아니라고 말을 바꿨다"며 "외교 생명은 당당함인데 뒷거래 부시 면담으로 나라 망신 시킨 것으로 어떻게 외교 잘 하겠나"고 날을 세웠다.
이회창 후보도 "남북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도자가 확실한 철학과 원칙 가져야 한다는 점"이라며 "이 자리에서 이 얘기하고 저 자리에서 저 얘기 하면 무늬만 보수지 진짜 보수 가 아니다"고 이명박 후보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명박 후보는 이에 대해 "이회창 후보가 남북 문제에 있어서 저의 일관된 정책을 잘 검토 안 한 것 같다"며 "굳이 다르게 얘기해서 출마의 변으로 삼으로 했는지 모르겠다"고 맞받았다. 이 후보는 "남북문제는 유연하게 가야 한다"며 "북한이 자꾸 변해 가는데, 왜 내 대북정책이 일관되지 않았느냐고 비판 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이회창 후보는 "같은 글인데 한글을 보는 눈이 다른 것 같다"며 받아넘기기도 했다.
이어 정동영 후보는 기조 발언을 통해 "외교는 상대를 화나게 하지 않으면서 설득해서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라며 "미국을 설득해 개성공단 만들고 미국과 북한을 설득해 9.19 의장 선언을 만들었다"며 통일부장관을 지낸 자신의 치적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이명박 후보는 정 후보를 겨냥 "통일부장관과 개성공단 치적을 강조하는 데 참여 정부에서 부총리도 하고 당 의장 2번도 했는데 인기가 떨어지니까 당 확 바꾸고 그랬다"면서 "좋은 데만 따라다니면 안되고 일관되게 있어야 한다"고 포화를 날렸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과연 이회창, 이명박 후보가 대통령이었면 개성공단 됐겠냐"며 "역사적 기회가 주어졌는데 아직도 퍼주기, 대북 봉쇄 정책을 주장하니 안타깝다"고 두 후보를 싸잡아 비난했다.
권영길 "昌 남북적대시대 반공 투사 모습 같아"문국현 "核 충격이지만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이인제 "北 核보유로 군사 균형 일거에 파괴"
이인제 후보는 기조발언에서 "북핵은 절대 용납 못한다. 북한 핵 보유로 군사 균형이 일거에 파괴됐다"며 "정동영 후보는 평화를 노래하는데, 이런 엄중 상황 외면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권 후보는 "이인제 후보가 당적 바꾸는 만큼 대북 정책이 오락가락 한다"며 "신한국당에선 강경자이더니, 민주당에서 햇볕정책 계승자 자처했고, 오늘은 다시 수구 보수로 갔다"고 비판했다. 이명박 후보는 "우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전쟁"이라며 "전쟁을 억제하고 평화를 유지하고 통일 이루자는 데 진보 보수가 따로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 후보는 "이인제 후보와는 햇볕정책이라는 점에서 뿌리를 같이 한다"며 "유일하게 한나라당과 이회창 후보만 서쪽으로 간다"고 비꼬았다.
이어 문 후보는 기조발언을 통해 "핵무기는 우리에게 충격이고 재앙이지만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있다"며 "북미 수교를 통해서 북미 관계 정상화되고, 이를 계기로 남북, 캐나다, 러시아, 일본 연계돼 '환동해 경제권'을 만들어 한반도 영향력 확대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교과서 왜곡 문제
후보들은 한 목소리로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교과서 왜곡을 강도 높게 비판했지만 다소 온도차가 났다.
이명박 후보는 "중국은 남북통일을 전제로 의도적으로 역사왜곡을 하고 있다"면서 "역사를 왜곡하는 국가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이 문제에 대해선 더 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도 문제에 대해선"동북아 평화를 소중히 생각하고 있지만 영토에 대해 양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더 강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4강에 둘러싸여 있지만 영토 문제에는 한치 양보도 타협도 없다"며 "역사 문제는 정체성을 지키고 앞으로 한중, 한일 관계에서 미래지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일본의 과거사 왜곡에 대해서도 "과거 역사를 미화하는 것은 용서해서 안 된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정 후보는 "강대국 틈바구니에 끼어있는 대한민국이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외교를 잘해야 한다"며 실리론을 내세웠다. 그는 "지적학적 위치 속에서 우리나라가 자존심과 이익 지켜가려면 한미 관계를 새롭게 강화시켜 나가야 하고, 60년 분단구도를 평화협정체제 바꾸기 위해선 한미 한중 한일이 긴밀한 외교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미북 수교를 내년 중에 반드시 이뤄야 한다"고 말했고,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한미 일변도의 외교를 탈피하는 것이 중국의 동북아 공정과 일본의 군국주의에 맞서는 길"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만주지역의 찬란한 고대사 침탈은 용납해선 안되고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어떤 도발도 용납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 권력구조 개편과 개헌
후보들은 권력구조 개편과 개헌 문제를 놓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명박 "정치적 판단 따른 개헌은 이뤄지면 안돼"정동영 "가족행복 기본권 강화하는 개헌 필요"이회창 "획기적 분권화로 연방제 준하는 국가로"
이명박 후보는 “대통령 4년제나 5년제 모두 장ㆍ단점을 갖고 있다”면서 “그러나 개헌은 매우 신중해야 하고 개헌을 반드시 한다면 권력구조만 가지고 다뤄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21세기 시대 정신에 맞는 여성 문제, 환경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매우 신중하게 국민 의사를 먼저 물어야 한다”며 “정치적 판단에 의해 개헌이 이뤄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회창 후보는 “권력구조 문제는 4년제냐, 단임제냐, 대통령제로 그냥 가느냐의 문제를 넘어서 50년 내지 100년 내다보는 국가 개조의 대그림을 그려야 한다”며 자신의 국가 개조론을 피력했다.
그는 그러면서 “과감한 개혁과 획기적 분권화로 연방제에 준하는 국가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며 “싱가포르나 핀란드처럼 강소국이 5, 6개 합한 것 같은 강소국 연방제로 만들면 세계 최고 경제강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정부는 외교와 국방만 맡고 지방에 행정 입법 조세 경찰권 등을 모두 넘겨 각 지방이 세계 속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하는 체제”라는 부연 설명도 덧붙였다.
정 후보는 “대통령 4년 중임제가 상식”이라면서도 “중요한 것은 국민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헌법 35조 3항에서 국가는 국민이 쾌적한 생활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쾌적한 주거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로 개정하는 등 가족 행복을 위한 기본권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헌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헌법 정신이 아직 다 뿌리를 못 내렸다”며 “국민 주권 관련해 검찰의 인권 유린 등이 횡행하고 있다. 헌법 정신 뿌리 내리게 해야 한다”며 검찰의 BBK 수사를 공격하기도 했다.
문국현 "제왕적 대통령은 큰 위기 초래… 4년중임제로"권영길 "무상 의료·교육등명문화하는 헌법으로 개정을"
문 후보는 “제왕적 대통령은 전세계에서 유례 없을 정도이고 국가적으로 큰 위기를 초래한다”며 “분권적 대통령제가 되려면 개헌을 해야 하고 4년 중임제로 총리제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인제 후보는 “노태우 대통령부터 노무현 대통령까지 임기 1년을 남기고 민심에서 고립, 당에서 쫓겨났다”며 “이 모두는 제왕적 대통령제 때문이고, 다원화 사회에선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후보는 “4년 중임제는 합리적 측면 있지만 권력구조가 바뀐다고 국민의 삶이 나아지냐”며 “주택ㆍ토지 공개념을 도입하고 민생 해결 위해 무상 의료 교육을 명문화하고 공직 후보의 특권을 없애는 것을 명문화하는 헌법으로 개정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외국에서의 한국인 피랍 사태 대응책
이날 토론회에서 후보들의 의견이 비교적 일치하는 유일한 주제였다.
이회창 후보는 “최근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태 때 정부가 비공개 직접협상을 했는데 미국과 이스라엘도 특수한 경우에 직접 협상에 나선다고 들었다”며 “중요한 것은 우리가 특수부대를 동원해서라도 무력을 빼올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후보도 “이 점에서는 이명박 후보와 별 의견 차이가 없다”며 토론 중 처음으로 동의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네덜란드는 인구가 우리의 3분의 1인데 외교관 수는 우리의 2배다. 이제 외교도 정부 외교에서 통상 외교와 국민보호 외교로 옮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제 후보는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 때 국가정보원장이 가서 과시하는 바람에 국가 체면에 손상을 줬는데 잘못된 접근이었다”면서 “정부는 국가 체면이 손상되지 않고 국민의 생명을 안전하게 귀환시키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는 “현지 전문가와 다문화에 대한 인식이 적어 피해가 속출하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정책지원을 해야 한다”며 “외교관의 역할을 적극화하고, 국제 기구와 협력을 강화해야 하며, 우리 젊은이 10만명 이상이 한국어 세계화에 앞장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권 후보는 “아프가니스탄 피랍과 김선일씨 죽음은 우리 정부가 파병을 했기 때문”이라며 “이라크 파병 군대를 철군하고 파병연장안을 동의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최문선기자 moonsun@hk.co.kr최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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