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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힘겨운 겨울나기/ 말라붙은 돈줄… 얼어붙은 의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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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힘겨운 겨울나기/ 말라붙은 돈줄… 얼어붙은 의욕

입력
2007.12.10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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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비교적 따뜻했기에 이번 추위가 더 매섭게 느껴진다. 이제 겨울의 초입일 뿐, 내년이 더 추워질 거라는 경고가 들려오고 있다. 은행들은 그 동안 군불을 땔 장작더미를 잔뜩 빌려 주겠다고 하더니, 정작 추위가 찾아오니까 하나같이 등을 돌린다. 2007년 겨울, 중소기업들은 매서운 찬바람과 맞닥뜨리고 있다.

#1. 특수강 제조ㆍ유통업체인 부산 Y사의 P사장에게 8월말 국민은행 영업사원이 직접 찾아왔다. “대출금리를 낮춰줄 테니 거래은행을 바꿔보라”고 했다. 대출금리를 1%포인트 가량 낮춰 주겠다는 것. 오랫동안 거래해 온 부산은행을 통해 11억원 가량 담보 대출을 받고 있던 터라 망설여졌다. 연간 이자 차이만 1,000만원이 넘었다.

지난달 대출을 갈아타기로 결심한 P사장은 영업사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3개월만에 직원의 태도는 180도 달라져 있었다. “앞으로는 일반 중소기업을 상대로 대출을 해주지 않습니다.” 전혀 미안하다는 말도 없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원자재인 철강 수입 가격은 한달 새 5% 가량 치솟았다.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물건을 확보해 두지 않으면 내년에 심각한 비용 압박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자금을 구할 방법이 없다. “내년에 신용보증기금에서 보증서를 받아 볼 계획인데, 그마저도 쉽지 않을 것 같네요. 갈수록 사정이 나빠질 것 같아서 걱정이 태산입니다.”

#2. 김치 수출업체인 충북 J사의 올 수출 물량은 400만달러 가량. 사업 시작 이래 최대 호황기다. 요즘도 수출 요청 물량이 줄을 잇고 있다. 늘어나는 물량을 모두 소화만 할 수 있다면 내년에는 적어도 600만달러, 많게는 800만달러까지 수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정작 Y사장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간다. “시골이라 일손을 구하기가 쉽지 않아요. 물량을 맞추려면 내년 봄까지는 자동생산 설비를 갖춰야 하는데 도저히 자금을 구할 수가 없어요.”

최근 거래 중이던 기업은행을 찾아가 3억원의 설비투자 자금 대출을 요청했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중소기업 대출 전체가 규제를 받고 있어서, 추가 대출은 내년에야 검토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답변이었다.

Y사장은 “마구잡이식으로 대출을 늘릴 때는 언제고 지금은 운영자금도 아닌 시설투자자금까지 막고 있다”며 “마치 지금 나무가 많다고 새롭게 나무를 심지는 않고 잘라내기만 하면 나중에 홍수가 나도 아무런 대응책이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지금 중소기업들의 자금난은 복합적이고 추세적이다. 은행 대출금리는 연일 치솟고, 그나마도 대출 창구는 꽉 막혔다. 금융감독당국이 중기 대출 급증세에 제동을 걸고 나서자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은 신규 대출 중단을 선언했다. 다른 은행들에도 대출 중단파급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견딜만한 편이다.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총량은 11월에도 늘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중기 대출 우려가 제기되자 일부 우량 중소기업들이 연말 자금 수요와 맞물려 서둘러 자금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년은 사정이 다르다. 예금 이탈로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은행들이 은행채나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늘려 대출 재원을 조달하는데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내년 은행채 만기가 집중 도래하면 차환(借換) 발행(만기연장을 위한 재발행) 과정에서 금리가 급등하며 중기 대출 금리에도 고스란히 반영될 수밖에 없다.

최근엔 그간 은행 자금을 외면하던 대기업들마저 대출을 늘리면서 중소기업이 이용할 수 있는 몫은 더욱 줄었다. 금융감독당국도 은행들의 기업 대출에 대손충당금을 더 많이 쌓으라고 주문했다. 내년 바젤2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은행들로선 위험가중치가 높은 중소기업 대출은 더욱 신중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 자체의 문제도 있다. 원가 상승 등으로 수익성은 썩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올해는 경기 회복세를 등에 업고 매출이 호조를 보였다. 내년에는 비용 구조는 그대로인 채 매출마저 감소로 돌아서면서 심각한 자금난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중소기업연구원 오상훈 전문위원은 “지금 중소기업 자금난은 추세적으로 시작 단계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내년에 은행들이 자금을 급격히 회수할 경우 중소기업들에게 최악의 돈가뭄 대란이 올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최영윤기자 daln6p@hk.co.kr문준모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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