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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아프리카 앙금 못푼 '식민지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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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아프리카 앙금 못푼 '식민지의 기억'

입력
2007.12.10 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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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과 아프리카의 정치ㆍ경제적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한 유럽연합(EU)_아프리카 정상회의가 8, 9일 EU 순회의장국인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에서 열렸다.

그러나 7년 만에 처음 개최된 회의는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에 대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날선 공격으로 첫날부터 분위기가 서늘했다. 전문가들은 짐바브웨, 수단 등의 인권 문제와 자유무역 협정, 이민자 문제 등을 둘러싼 양 대륙간 논란의 기저에 오랜 기간 동안 쌓여 온 식민국_식민지 정서가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정상회의 첫날인 8일 인권토론회 기조 연설 도중 “EU 회원국 전체는 그곳(짐바브웨)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에 대해 모두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며 “짐바브웨는 유럽과 아프리카 모두에게 우려를 안겨주고 있다”고 말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독재자와는 동석할 수 없다”며 회의에 불참했다.

그러나 타보 음베키 남아공 대통령을 비롯해 상당수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서유럽 국가들이 폭정과 인권탄압, 경제 실정 등을 이유로 강력히 비난하는 무가베 대통령을 두둔하고 있다. 양 대륙이 무가베 대통령을 바라보는 관점이 다른 원인은 무가베 대통령이 백인들이 지배하던 짐바브웨를 무장 투쟁을 통해 독립시킨 영웅이라는 아프리카의 관점에서 비롯된다.

1965년 영국이 식민지들을 해방시키려 하자 짐바브웨의 소수 백인들은 다수인 흑인들과 정권을 나누어 갖지 않기 위해 ‘로지디아’란 이름으로 독립을 선포하고 백인만의 정권을 꾸렸다. 80년 독립 이후 대통령에 취임한 무가베가 무자비한 독재자로 변신, 실정을 저질러 왔다는 점은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백인에게서 정권을 쟁취한 아프리카의 흑인 지도자들이 인권을 부르짖는 서유럽 지도자들의 성토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식민국_식민지 정서도 걸림돌이다. 유럽은 아프리카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중국의 영향력을 우려하며 아프리카와 새로운 무역 협정의 체결을 바라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식민지 시절의 수탈을 떠올리며 이런 무역협정이 아프리카를 유럽 대륙의 단순한 원자재 조달국이나 유럽 국가들의 수출시장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최진주 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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