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 넬슨 지음ㆍ안진환 옮김 / 공존 발행ㆍ240쪽ㆍ1만2,000원
“경제는 생명없는 기계가 아니라 고동치는 심장이다.”
미국 터프츠대학교 ‘세계 개발 및 환경연구소(GDAE)’ 선임연구원으로 있는 페미니스트 경제학자 줄리 넬슨은 <사랑과 돈의 경제학> 에서 경제를 ‘이기심을 동력으로 삼는 엄청난 규모의 생산 기계’로 여기는 주류 경제학의 관점에 반론을 제기한다. 사랑과>
서구 경제학의 창시자인 아담 스미스에서 비롯되는 ‘경제는 기계다’라는 관점은 신고전파 경제학자들과 친기업적 신자유주의자는 물론 철학과 사회과학에 기초를 둔 반시장주의자들의 견해의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이런 관점은 경제학이 성립되던 18세기에 유행하던 뉴튼 물리학의 ‘세상은 기계다’라고 한 은유를 은연중에 받아들인 것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이런 은유는 초기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이 경제학을 ‘과학적인’ 것으로 만들려고 함에 따라 견고한 믿음이 되었고 그 결과 경제학에서 사람들의 복잡한 동기, 보살핌의 관계, 권력의 관계 등은 배제되고 이기심, 이윤, 효용성, 극대화 등의 개념만 살아남았다.
그러나 실제 경제생활에서 사람들은 경제학 이론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일이 많다. 이론과 달리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지 않는 기업도 많고, 가구들은 ‘효용의 극대화’에 별로 관심이 없다. 또 신자유주의에서 경제 기계의 방해물로 여겨지는 정부는 안보, 보건, 교육 분야 등의 투자로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경제를 기계로 보는 은유 때문에 경제학이 우리가 먹고 사는 방식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편향된 믿음을 토대로 구축됐으며, 그 결과 경제에서 윤리적 측면이 배제되었음을 여러 근거를 들어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기계 은유 대신 ‘경제는 고동치는 심장’이란 은유가 유용할 것이라고 제안한다. 고동치는 심장은 신체를 유지해주는 혈액을 순환시키며, 전통적으로 영혼이 위치하는 곳으로 간주된다.
이런 은유를 받아들이면 상품과 서비스의 공급 및 고용 창출에 관한 가치와 윤리 및 배려의 가치를 얼마든지 결합할 수 있으며, ‘사랑 아니면 돈’과 같은 양자택일적 사고 대신 ‘사랑과 돈’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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