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또 뭐야. 대한민국영화대상이라고. 저건 어디서 하는 건데. 우리나라는 영화제만 그런 게 아니라, 영화상도 너무 많은 것 아니야. ”
“상이 많다고 나쁠 거야 없지. 자극도 되고, 격려도 되니까. 문제는 상에 색깔이 없다는 것이지. 내용도, 시상 방식도 비슷하고, 상을 받는 사람도 그 얼굴이 그 얼굴이고. 게다가 영화상에서조차 편가르기를 하고.”
청룡상, 영평상, 영화대상이 거의 일주일 사이에 연이어 지나갔다.
너무 많다는 느낌은 영화상이 한꺼번에 몰려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대종상, 백상대상, 춘사영화상 등을 합치면 우리나라에 대규모 영화상은 결코 적지 않다. 미국조차 이름 있는 영화상이라면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정도 뿐인 것을 감안하면.
상이 많고 잦으면, 더구나 색깔까지 비슷비슷하다면 그 권위가 떨어지는 것은 필연. 한국의 영화상들은 지나치게 대중인기영합적이다. 특히 TV로 중계하는, 신문사나 방송사가 주최하는 것일수록 심하다.
그래야 시청률도 오르고, 자기 선전도 되니까. 화제작, 흥행대작에 비중을 두는 것은 당연하다. 연기와 상관없이 인기 스타들에게 신경을 곤두세운다. 그들이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에 따라 마치 영화상 ‘권위’가 결정되는 것처럼. ‘인기상’을 그것도 한 사람이 아닌 여러 스타에게 주며 온갖 미사여구로 그들 눈치를 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요즘 대부분의 영화상이 일반인들을 심사에 참여시킨다. 물론 명분은 ‘공정성’이다. 밀실심사를 둘러싼 잡음, 주최측의 농간을 차단하자는 취지다. 오랫동안 잡음의 진원지였던 대종상부터 그렇게 바꿨다.
MBC가 주최하는 영화대상의 경우 일반인의 심사참여야말로 ‘권위’와 ‘공정성’의 상징인양, 그래서 명실공히 새로운 국가대표 영화상인양 떠벌리며 시작했다.
그러나 비중(30~40%)을 보면 그것 역시 ‘구색’에 불과하며, 결국은 주최측이 임의로 선정한 소수 심사위원이 칼자루를 쥐고있다. 영화상이 심사를 대중화함으로써, 전문성보다는 오히려 포퓰리즘에 영합한다는 비판도 있다. 전문가들조차 그것에 신경을 쓰도록 만들어 버렸으며, 그 전문심사라는 것도 소수의 과점현상이 커지고 있다.
결과는 어떤가. 그나마 ‘다른 상과의 중복 피하기’ 라는 쓸데없는 자존심도 작용했지만 나름의 소신과 고집을 갖고 수상자(작)를 선정하던 과거 모습도 거의 사라졌다. 대신 한 작품에, 한 감독과 배우에게 모든 영화상이 집중되는 현상이 잦아졌다. 특히 국제영화제 수상작이라면 사족을 못쓴다. 올해는 <밀양> 이 그랬다. 밀양>
영화대상은 주요부문 4개(작품상, 감독상, 남녀주연상)을 모두 안겼고, 다른 영화상들도 예외 없이 전도연에게 여우주연상을 주었다. 세계가 인정하는 칸영화제 수상자를 국내 영화상이 어찌 감히 부정할 수 있을까 만은, 또 언제부터 영화를 보는 우리의 눈이 유럽영화제와 그렇게 똑 같아졌는지.
그렇다면 우리 영화상은 하나면 된다. 색깔 없는 상의 반복은 값어치도 없고, 기쁨도 적고, 자극도 안 된다. 더욱 꼴사나운 것은 영화상 역시 우리사회 편가르기 풍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상에서까지 정치적 색깔을 보는 것도 씁쓸하다. 늘 영화인들의 반쪽잔치로 끝나는 대종상, 이창동 감독의 청룡상 참가 거부, 자신이 미워하는 신문만큼이나 온통 요란스런 쇼로 방송 권력을 과시하며 한 곳에 상을 몰아준 영화대상. 이래저래 한국의 영화상에는 박수치기가 싫다.
문화대 기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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