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BBK 대표 김경준(41ㆍ구속)씨가 검찰 수사 도중 "검찰이 형량을 낮춰주는 대가로 이명박 후보에게 유리한 진술을 요구했다"며 가족을 통해 공개한 메모에 대해 검찰이 메모가 작성된 경위 등 전말을 풀어놓았다.
김씨 측은 4일 주간지 시사IN을 통해 김씨가 '검찰이 이명박을 무서워한다' '이명박 쪽이 풀리게 하면 구형량을 3년으로 맞춰주겠다고 한다'고 적어 자신을 면회한 장모에게 건네줬다는 메모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 특별수사팀 팀장이자 사건 주임검사인 최재경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은 5일 수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내 나름대로 이 사건의 97%를 복원했는데, 복잡하고 꼬인 (이명박 후보와 김씨의) 관계에서 엉터리 같은 쪽지가 하나 나온 것"이라며 "김씨 같은 부정직한 사람에 의해 사실이 왜곡돼 검사가 공격받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 부장은 "김씨는 지난달 16일 송환돼 공항에서 검찰로 오는 승합차 안에서부터 '내가 몇 년을 (감방에서) 살 것 같냐'고 묻는 등 자신의 형량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최 부장은 "김씨는 자신을 조사한 검사에게 '내가 보기에 난 12년 정도 예상한다'고 말했고, 메모에 나오는 3,7,10년은 변호사와 이야기하면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회견장에 배석한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조사 3일째 되는 날 면담을 요청한 김씨가 '나 같은 장사꾼은 계산을 따진다. 사문서 위조 부분을 인정할 테니 불구속 기소해달라'고 검사에게 부탁했지만 거부했다"고 밝혔다.
최 부장은 김씨가 '한국 검찰이 이명박을 무서워하고, 내가 제출하는 서류로는 이명박을 소환하지 않으려 한다'고 쓴 것에 대해서도 " 앞말은 틀리고, 뒷말은 맞다"고 답했다.
최 부장은 "김씨는 검사가 조사를 한다는 것을 매우 의아하게 생각했다"며 "자신이 낸 서류에 대해 검찰이 감정ㆍ확인 절차를 거치는 것을 보고 한쪽을 편든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이 후보에게 유리하게 진술하라고 했다는 대목에 대해 최 부장은 "김씨 본인을 데려올 때도 우리가 얼마나 신중했느냐"며 "검찰은 최대한 책잡히지 않으려고 철저히 수사했는데 터무니없는 협상을 했다고 하니 이야기할 것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최 부장은 "김씨는 20일간 숙식을 함께 하며 수사를 맡은 담당 검사와 인생이야기도 했을 테고, 누나 에리카 김(43)씨나 아내 이보라(37)씨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면 검사가 자수를 권유했을 것"이라며 "인간적인 고민을 듣고 호의로 한 이야기가 부정직한 사람에 의해 왜곡돼 나오니까 황당하다"고 덧붙였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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