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대표적 사찰인 봉은사(주지 명진 스님)가 사찰 재정을 공개한다.
봉은사의 사찰 재정 공개는 투명하지 못했던 불교계의 사찰 운영을 혁신하는 큰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명진 스님(사진)은 4일 “‘일의일발 칠가식’(一衣一鉢 七家食ㆍ가사 한 벌 발우 하나에 일곱 집에서 탁발한 음식으로 생활함)을 실천한 부처님의 무소유정신으로 되돌아가겠다”면서 “6일 열리는 신도회 정기총회에서 올 한해의 수입지출 현황을 세부 내역까지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명진 스님은 이날 500여명의 신도들 앞에서 직접 재정현황을 발표할 예정이다.
명진 스님은 또 내년부터는 매월 말 100여명의 신도회 임원들이 참석하는 법회에서 월별 재정현황을 공개할 방침이며, 외부 회계사에게 사찰 재정을 검토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불전함에 들어온 보시금 수거에도 신도들이 참가토록 할 예정이다.
신도 20만여명의 대형 사찰인 봉은사가 우선 공개한 11월말까지의 수입은 일반회계 86억3,363만원, 특별회계 9억8,457만원, 총 96억1,820만원으로 12월말까지는 100억원을 조금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주요 수입 내역은 불전함 수입 10억9,900만원, 기도 접수 55억2,000만원, 사업수입 6억9,000만원, 교육연수수입 1억9,800만원, 기타수입 1억347만원 등이다.
또 지출은 일반회계 78억3,314만원, 특별회계 7억2,415만원 등 총 85억5,729만원이다. 주요 지출 내역은 인건비 19억7,190만원, 관리운영비 18억7,653억원, 객비(客費) 등 스님들의 여비 2억2,335만원, 시설비품관리비 5억1,361만원, 종단 분담금 9억원, 포교와 교육연수비 등 목적사업비 14억5,453만원, 경조사비 6,500만원 등이다.
명진 스님은 “신정아씨 사건으로 불거진 동국대 갈등, 마곡사 사태 등을 보면서 결국 스님들이 권력과 돈을 너무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봉은사가 재정을 투명화함으로써 조계종의 다른 사찰들도 뒤따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명진 스님은 신도회와 함께 사찰운영위원회를 구성, 현재 스님들 위주인 사찰 운영에 신도들이 직접 참가하도록 하는 방안도 발표한다.
종교계에서 그 동안 교회나 사찰의 재정을 공개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지난 8월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2005, 2006년 재정 내역을 공개한 바 있으며, 불교계에서는 불광사(회주 지홍 스님)가 신도회 임원을 대상으로 재정을 공개해왔고, 화계사(주지 수경 스님)도 곧 재정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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