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이 필리핀 수빅만(灣)에 건설해온 조선소를 완공(사진), 글로벌 생산체제의 닻을 올렸다. 국내 조선업체가 해외에 조선소를 지어 운영에 들어가기는 처음이다.
한진중공업은 작년 6월 수빅만 231만㎡(70만평) 부지에 착공한 조선소를 1년6개월 만에 완공, 내년 6월 4,300TEU급(컨테이너 4,300개를 실을 수 있는 크기) 컨테이너선을 첫 진수할 예정이라고 4일 밝혔다.
한진중공업은 이번에 대형도크(길이 370m, 폭 100)와 초대형 크레인, 조립ㆍ도장ㆍ기자재 공장과 부대시설을 완공했고, 내년 하반기까지 도크 1기(길이 480m, 폭 135m)를 추가로 짓는 등 생산설비를 2단계로 확장할 예정이다. 또 철판 용접과 선박 도장 등 각 분야에 필요한 인력을 현지 교육훈련원에서 양성하고 있다. 이번 1단계 조선소 완공에 따라 4,000명의 현지인력이 투입됐고, 2단계로 확장되면 총 1만8,000명의 필리핀인들이 일할 예정이다. 반면 국내 인력은 100여명만 근무한다.
김동진 상무는 “한진중공업은 1937년 부산 영도에 설립된 국내 첫 조선소이지만, 그간 부지(8만평)가 좁아 수주에 애를 먹었다”면서 “이번 조선소 완공을 계기로 국내 조선 ‘빅3’(현대중공업ㆍ삼성중공업ㆍ대우조선해양)에 버금가는 생산능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 영도조선소 규모는 수빅조선소의 9분의 1 수준인 26만㎡(8만평)에 불과하다.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해 그간 조선소 신설 부지를 물색해온 한진중공업은 조선산업이 낙후해 기술유출 우려가 없고, 영어로 언어소통이 가능한 필리핀을 선택했다.
이번 1단계 완공으로 연간 22만톤(중형 컨테이너선 20척)의 생산능력을 갖췄고, 2단계 설비확장이 끝나면 연간 45만톤(중형 컨테이너선 40척)으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수빅조선소의 연간 매출은 국내(1조8,000억원)의 두 배 이상인 4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현재 수빅조선소 수주잔량은 1만2,8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8척 등 총 36척(31억달러)이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루마니아 조선소(대우망갈리아조선소)를 인수해 운영 중이고, STX는 중국에 조선소를 건설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중국에서 블록(선박 부분품)을 제작하고 있다.
박기수 기자 blessyo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