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사이의 단일화가 본 궤도에 올랐다. 성사만 된다면 한나라당 이명박, 무소속 이회창 후보로 양분된 대선판에 균열을 낼 수도 있다.
하지만 양측의 동상이몽(同床異夢)의 실체를 들여다보면 단일화를 쉽게 낙관할 수만은 없는 것 또한 현실이다.
양측이 내세운 단일화의 직접적 명분은 ‘부패 세력의 집권 저지’이지만 전략적 이해 관계도 맞닿아 있다. 정 후보로서는 수도권 표심을 얻으면서 참여정부 실정론에서 자유로운 문 후보가 ‘보완재’로 필요하고, 문 후보는 총선 때까지 유의미한 정치 세력으로 존재하기 위한 계기가 절실했다.
이 때문에 양측이 실제로 단일화를 이루기까지는 그 과정이 지난할 수밖에 없다.
일단 단일화에 대한 기본시각부터 다르다. 정 후보 측은 두 후보 간 지지율 격차로 볼 때 정 후보로의 단일화가 필연적이라고 본다. 공동정부에서의 지분 보장을 공개적으로 약속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문 후보 측은 선거연합으로 비치는 것 자체를 경계한다. 대선 이후의 정치 행보는 별개라는 입장인 것이다.
단일화 시기와 방식의 차이도 같은 맥락이다. 정 후보 측은 하루라도 일찍 범여권의 대표주자가 돼서 이명박 이회창 후보와 맞서는 ‘3자 구도’를 만들고 싶어 한다. 그래서 이번 주 내에 모든 상황을 마무리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문 후보 측은 미래를 책임질 신진정치 세력으로 각인되는 데 무게가 있는 만큼 TV토론 횟수도 늘리고 단일화 시점도 최대한 늦추자는 입장이다.
이 같은 차이는 본질적으로 대선 이후에 대한 구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정 후보 측은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민주당과 창조한국당까지를 포함해 범여권이 단일대오로 총선을 맞이하자는 입장이지만 문 후보 측은 중도ㆍ진보 진영 중심의 정계 개편이 필연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물론 양측은 대선에서 패할 경우 정치적 무기력 상태에 빠질 것이란 위기감을 공유하고 있고, 지지층 내에서의 단일화 압박도 상당하기 때문에 단일화가 성사될 가능성은 비교적 높다.
범여권 내에선 시민사회 명망가 중심의 외부인사들이 양측의 입장을 절충, 여론조사 결과 공표 가능 시점인 12일까지 단일화를 마무리짓도록 제안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하지만 검찰의 BBK 수사 결과 발표 이후에도 대선구도에 본질적 변화가 없을 경우 단일화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신당의 한 중진의원은 “판세를 뒤흔들 만한 동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확인되면 설사 단일화가 성공한다 해도 정치적 행로를 다르게 잡고 있는 세력들이 화학적으로 결합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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