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로 BBK 사건이 막을 내렸다. 그러나 한나라당을 제외한 정치권이 입을 모아 '편파ㆍ조작 수사'라고 검찰을 규탄하고 나섰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무소속 이회창 후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등 주요 대선후보들이 유세를 잠정 중단, 당분간 BBK 여파가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검찰 발표에 대한 반발은 신당에 이르러 극에 달했다. 신당은 특검법안을 발의하는 한편 서울 도심에서 대대적 규탄 집회와 촛불시위를 열어 장외투쟁도 불사할 태세를 보였다.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던 반발인 데다 이 또한 유세 방법의 하나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검찰이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수사 과정과 결과를 낱낱이 밝혔는데도 무조건 '조작 수사'라고 단정하고, 길거리로 나선 발상과 행태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신당 지도부가 쏟아낸 비난과 다짐은 시계바늘을 한참 거꾸로 돌린 듯하다. 무엇을 근거로 '전형적 짜맞추기 수사'이니 '파쇼 조짐'을 운운하며, 지금이 어느 때인데 '민간 독재 타도'에 나선다는 것인가.
애초에 김경준 전 BBK 대표의 말과 그가 들고 온 서류가 의혹을 뒷받침한다고 철석같이 믿고 이 문제를 대선전략의 기둥으로 삼은 것이 낭패를 불렀다. 그런데도 검찰의 회유가 있었다는 '김경준 메모'를 믿겠다는 뜻인가.
결과적으로 BBK 의혹은 한나라당 이 후보에게 기대 이상의 소득을 안긴 셈이다. 거액의 금융사기 피의자의 말을 믿고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BBK 의혹 대신 알기 쉬운 위장전입ㆍ위장취업 문제로도 이 후보에게 흠집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힘을 모아 온 BBK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드러나는 바람에 이제는 어지간한 네거티브 공세는 의미가 없게 됐다.
가공의 '독재'를 깨부수기 위해 촛불시위를 벌이고 '님을 위한 행진곡'을 외쳐 부른들, 억지 굿판에 신명이 날 국민은 그리 많지 않다. 정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하루 빨리 BBK를 잊고, 미뤄두었던 정책과 비전의 대결, 자신의 장점과 매력을 알리는 경쟁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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