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BBK 관련 의혹이 검찰 수사에서 무혐의로 결론나고 박근혜 전 대표 진영도 이명박 지지 입장을 재확인하는 등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입지가 좁아짐에 따라 향후 이 후보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재 대선 환경이 점차 이 후보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은 캠프도 인정하고 있다. 무엇보다 출마의 한 배경이 됐던 ‘불안한 후보론’이 검찰 수사발표로 사실상 힘을 잃은 것이 가장 큰 타격이다.
기대했던 박근혜 전 대표와의 제휴도 물건너간 만큼 독자적인 생존전략을 새롭게 짜야 할 판이지만, 무소속 후보로서 이마저도 쉽지 않다.
검찰 발표 이후 이명박 후보를 중심으로 한 보수층의 결집 현상이 뚜렷해지는 것은 당장 눈 앞에 닥친 문제다.
수사발표 직후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는 40%대 지지율을 회복한 반면 이회창 후보는 13~17%대로 대략 2~7%포인트 가량 지지율이 떨어진 것으로 나왔다. 특히 일부 조사에선 정동영 후보에 밀려 3위로 내려 앉기도 했다.
이회창 후보가 선택의 갈림길 앞에 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캠프에선 사퇴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무엇보다 이 후보 자신이 대선 완주 의지가 확고하다고 한다.
이 후보는 5일 열린 캠프 고위전략회의에서 한 참모가 ‘검찰 수사가 공정하고 명명백백하지 않으면 중대결심을 할 수도 있다’고 압박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중대결심이란 말을 쓰면 언론에서 중도사퇴로 오해할 수 있다”며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캠프에선 BBK 검찰 발표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의 도덕성에 대한 국민의 의구심이 여전한 만큼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반듯한 후보’를 자처한 이회창 카드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논리도 제시한다.
또 진보와 보수 진영 모두 분열된 다자 구도가 내년 총선 때까지 이어지면 비록 대선에 지더라도 독자적인 정치세력화가 가능한데 왜 그만두겠느냐고도 말한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이흥주 특보는 “지지율 15%를 얻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면 지금까지 차입금으로 조달한 선거자금과 기탁금을 돌려받지 못한다”며 “우리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심정으로 선거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모두 이 후보 지지율이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는 조건에서 가능한 얘기들이다. 지지율이 15%보다 한참 못 미치는 수준으로 떨어지면 동력 자체가 급격하게 소진될 수 있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커질 보수세력의 단일화 압력도 무시할 수 없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중도사퇴 여부는 결국 범 여권 표와 한나라당 표의 결집 현상 속에 이 후보가 얼마나 지지층을 지켜내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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