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가 법원 내부통신망에 자신의 아버지에게 유죄를 선고한 재판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려 물의를 빚었다.
법원 관계자 등에 따르면 3일 부산지법 가정지원 신용인(41ㆍ사시40회) 판사는 최근 파기환송심에서 뇌물수수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6월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된 부친 신구범(65) 전 제주지사와 관련, “법원이 아버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고 오판을 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신 판사는 ‘법정구속을 당한 아버지를 바라보며’라는 제목의 이 글에서 “사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무죄를 확신했기에 다시 유죄 판결이 선고되자 몹시 곤혹스러웠다”며 “‘법원 수뇌부가 아버지에 대해 아주 나쁜 인식을 갖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부정적 예단을 가진 상태에서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었겠느냐”고 주장했다.
신 판사는 또 “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재판장이 (같이 기소된) 우근민 전 제주지사의 변호사와 골프를 친 일을 무마하기 위해 아버지 등에 로비를 했으며, 문제가 불거지자 모두 아버지 탓으로 돌리면서 회피신청을 해, 아버지의 정치생명이 끊어지고 감옥까지 가게됐다면 이는 범죄행위”라며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신 판사는 자신의 글이 법원 안팎에서 논란이 되자 4일 오후 다시 내부통신망에 “아무리 아버지의 일이라고 하지만 자기 감정을 이기지 못해 글을 올린 것은 판사로서 대단히 부적절한 처신이었음을 인정한다”며 “책임을 통감하고 사직서를 제출했으며, 앞으로는 판사가 아닌 변호사로서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신 전 지사는 2004년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50만원을 선고 받았으며, 지난 달에는 서울고법 파기환송심에서 관광지구 지정 청탁과 함께 30억원의 뇌물을 받은 사실이 인정돼 법정구속 됐다.
전성철 기자 for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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