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먹이고 내기 골프… 억대 챙긴 사기단 적발

경기 용인시에 사는 박모(40ㆍ요식업)씨는 지난해 골프연습장에서 만나 알게 된 임모(50ㆍ구속)씨 일행과 내기 골프를 치게 됐다. 싱글핸디캐퍼인 박씨는 자신보다 하수인 임씨 등과 타당 10만∼200만원짜리 내기 골프를 해 돈을 땄다. 하지만 그것은 미끼였다.

임씨 등은 ‘핸디치기’라는 팀플레이를 제안했다. 핸디치기란 2명씩 짝을 지어 타수를 계산, 스코어가 적게 나온 팀이 판돈을 갖는 방식이다. 골프에 자신 있던 박씨는 그 자리에서 수천만원짜리 내기 골프를 시작했다. 그러나 임씨 등은 박씨에게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포함된 신경안정제를 먹여 한 게임(18홀 기준)당 1억원을 따는 등 4개월 동안 무려 17차례에 걸쳐 3억4,000만원을 챙겼다.

박씨는 팀 동반자가 자신 때문에 돈을 잃었다는 자책감에 사기골프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임씨 등도 이 점을 노려 내기골프를 할 때마다 반드시 ‘핸디치기’를 병행했다. 동반자도 사실은 임씨와 같은 일당이었다. 임씨 등은 같은 방식으로 박씨 외에 8명으로부터 5억원을 더 챙겼다.

이들의 범행은 임씨에게 버림 받은 애인이 박씨가 운영하는 음식점에 찾아가 사기 골프 사실을 알리고,박씨가 경찰에 고소하면서 들통났다.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4일 임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달아난 김모(42)씨 등 2명을 수배했다.

이범구 기자 gogu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