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강제동원돼 ‘종군위안부’로 고초를 겪은 필리핀 할머니들이 당시의 아픔을 노래로 만들었다. 할머니들은 더 늦기 전에 쓰라린 경험을 젊은 세대에게 전달할 목적으로 음악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 인터넷판이 4일 소개한 바에 따르면 마닐라 이웃 팜팡가주에 거주하는 할머니들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을 지원하는 단체의 지원을 받아 뮤직 비디오를 제작했다. 비디오는 일본군에 의해 성폭행 당한 필리핀 여성의 기록을 생생하게 담아내 보고 듣는 이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있다.
‘말라야 롤라’라는 이색그룹의 리더를 맡은 위안부 출신 이자베리타 히누야 할머니는 “고통을 받았던 여성들이 모두 고령이기 때문에 과거의 사실을 이미 많이 잊어버린 상태”라며 “그래도 비참한 경험을 조금이나마 기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뮤직비디오의 감독 파올로 디는 “이 작품은 MTV 차트에 진입하려고 제작한 게 아니다”며 “일반적인 뮤직비디오라기보다는 음악을 담은 하나의 단편 영화라고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말라야 롤라’의 그룹 활동과 뮤직비디오 제작을 후원하는 여성단체 WEDPRO는 할머니들의 노래를 ‘역사의 고통을 담은 서사시이자 타임캡슐’이라고 강조했다.
뮤직비디오는 2차 대전 당시 필리핀을 배경으로 하는데 할머니들의 실제 손녀들이 종군위안부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히누야 할머니는 13세의 나이에 일본군에게 끌려가 종전 때까지 지독하게 봉욕했다. 필리핀에는 종군위안부로 인정된 여성이 공식적으로 450명인데 대부분 사망했고 생존자는 히누야 할머니를 포함해 85명이다.
필리핀 하원은 일본 정부가 필리핀 여성을 2차 대전 중 위안부로 일하도록 강요한데 대해 사과하고 보상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결의안은 “젊은 여성을 성적 노예로 삼은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하며 역사적 책임을 지라”며 “희생자들에게 배상하라”고 촉구했다.
공식문서의 부족 등으로 정확한 숫자는 집계되지 않고 있으나 2차 대전 당시의 종군위안부는 1만명에서 20만명으로 추정된다.
한성숙 기자 hans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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