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안전법이라는 게 있다. 대학, 정부출자기관, 기업 연구소 등의 실험실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줄이고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등에 대한 법적ㆍ제도적 보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조성된 법으로 2006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우수한 이공계 인력들이 사소한 실수나 안전의식 미흡으로 실험 중 다치거나 심지어 목숨까지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대학, 기업연구소 등에서 종종 발생해 이를 방지해야겠다는 취지에서 만든 법이다.
이공계 학생들은 학부 때부터 연구실 실험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생활을 하게 된다. 석사,박사 과정 학생들은 많은 시간을 학교 실험실에서 보낸다.
그러나 필자가 속한 한국엔지니어링진흥협회가 지난달 실시한 연구실안전교육 현장에서 만난 이공계 학생들의 안전의식은 극히 걱정스러운 수준이었다.
학생들에게 실험이란 것이 극히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다 보니 그들이 사용하는 실험기자재나 물질이 얼마나 위험한지 또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모른 채 실험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미 관련법이 있고 제도적 장치가 보완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연구실 안전에 관한 의식이 아직 여러모로 미비하다. 대학당국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안전의식은 학교 차원에서부터 습득돼 몸에 배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안전의 문제가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려 이공계 학생들에게조차 그들의 목숨과 직결된 교육과 훈련이 지금껏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대학 연구실은 21세기 과학한국을 이끌 우리의 젊은 인적자원들이 양성되는 소중한 공간이다. 따라서 안전교육은 이들이 향후 우리 산업 현장에서 큰 몫을 해낼 엔지니어나 연구원 등으로 성장할 재목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이들이 학교에서 실험 중 뜻하지 않은 사고에 노출되지 않고 보다 안전하게 연구활동에 매진할 수 있는 안전의식의 기초를 닦는다면 산업현장에까지도 안전의식이 전파될 터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대학당국이 우수한 이공계 인력 보호 차원에서 연구실안전법의 준수에 더 높은 관심과 의지를 가져야만 한다.
<저작권자>
조행래ㆍ한국엔지니어링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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