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BBK 수사결과가 발표되면서 영화 한 편이 때 아닌 주목을 받고 있다. 화제의 영화는 2000년2월 미국에서 개봉됐던 ‘보일러 룸(Boiler Room)’. 영화제목은 합법적인 주식거래를 하지 않으면서 투자가들로부터 거액의 돈을 유도, 유령회사나 불안정한 주식을 사고 팔아 큰 이익을 남기는 사기 브로커 조직을 의미하는 증권가의 은어다.
액션 스타 빈 디젤이 출연하지만 제작비(2,600만 달러)는 중소 규모인 이 영화는 뉴욕 월스트리트 증권가를 배경으로 일확천금을 꿈꾸던 세스 데이비스라는 젊은이가 제이티 말린(J. T. Marlin)이라는 사기 브로커 조직에 들어간 후 겪게 되는 개인적 흥망을 다뤘다.
미국 영화평론가들로부터 “월스트리트의 이면을 박진감 있게 묘사했다”는 호평을 들었지만 미국 내에서 1,697만 달러, 해외 시장까지 포함하면 2,878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등 흥행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이 영화가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바로 김경준(41ㆍ구속기소)씨와의 연관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김씨는 주가조작 과정에서 ‘메트 페턴트 테크놀로지스’라는 유령회사를 설립하는데 영화 속에도 똑 같은 이름의 주가조작 업체가 등장한다.
주연배우인 ‘지오바니 리비시’는 김씨가 유령회사를 설립하면서 대표이사로 내세운 인물과 이름이 같다. 검찰은 “옵셔널벤처스 사무실의 김씨 책상에서 이 영화의 DVD를 발견했다”며 “김씨가 영화 내용을 일부 참고해 주가조작에 활용한 것 같다”고 밝혔다.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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