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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사신기 종영…뭘 남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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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사신기 종영…뭘 남겼나

입력
2007.12.10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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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24부작 TV드라마 <태왕사신기> 가 5일 종영했다. 그 어떤 블록버스터 국내 드라마도 근접할 수 없었던 500여 억 원의 제작비, 그리고 연출 김종학, 극본 송지나, 한류스타 배용준이 엮은 볼거리는 국내 드라마 산업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이다.

제작사 측의 기대치에는 못 미쳤지만 줄곧 30%(최종회 전국 31.9%ㆍAGB닐슨) 주변을 지킨 시청률은 외국 드라마로 인해 눈이 높아진 시청자들에게 크게 어필했음을 보여줬다. 일본 극장 상영 등 해외시장 진출 성과는 충분히 우리의 드라마가 외국에서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늠케 했다.

일본 첫 상영이 이뤄진 4일 도쿄 발트9 극장엔 수십 명이 밤을 새우며 <태왕사신기> 의 개봉을 기다리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종학 프로덕션의 박창식 이사는 “할리우드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시아 전체를 사로잡을 수 있는 소재와 볼거리를 보여줬다면 성공한 작품이라고 본다”고 평했다.

하지만 <태왕사신기> 에 대한 평가는 칭찬 일색일 수가 없다. 방영 전 제작진이 다짐했던 “용두사미로 끝맺지 않겠다”던 말은 역시 우려대로 지켜지지 못했고, 주연 배우들의 계속된 부상 행진은 얼마나 우리 드라마제작 시스템이 주먹구구인지를 반증했다.

■ ‘욘사마’를 넘어선 배용준

<태왕사신기> 에서 배용준이라는 배우가 차지한 비중은 절대적이었다. 이지아와 이필립 등 신인급 연기자의 발굴과 최민수와 같은 중견 연기자의 탁월한 연기력 검증이 이뤄진 기회가 됐지만 사실 배용준이 없었다면 500억 원의 제작비가 만든 효력이 크게 떨어졌을 게 분명하다. 배용준은 <겨울연가> 로 한류스타의 자리에 올랐지만 이후 이렇다 할 대중적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서 최근까지 한일 양쪽에서 인기가 내려가고 있다는 평을 받아왔다.

특히 우리나라에선 지나치게 일본의 ‘욘사마’ 이미지로 굳어져 희화화의 대상마저 되는 등 나름대로 위기의 시간을 보내왔으나 <태왕사신기> 를 통해 단지 멜로 드라마의 주인공이 아니라 대작 배우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투자 및 배급을 맡은 SSD 김의준 대표는 “배용준의 힘으로 이런 대작이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며 “‘배용준 없는 태왕사신기’를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이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 주먹구구식 제작은 여전

제작진은 시사회 때부터 “극의 종반에 많은 공을 기울였고, 계속해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수정촬영을 하고 있다”며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달리는 말과 튀는 핏방울을 표현하는 컴퓨터그래픽이 부실해졌고 최종회에선 담덕이 연호개(윤태영)를 제압한 후 상황설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급작스럽게 결말로 치달아 시청자들의 원성을 샀다. 사전에 대본을 만들지 못해 편집시간 마저 쫓기는 주먹구구식 제작이 원인이었다. 송 작가도 자신의 홈페이지에 작품의 부족함에 대해 유감을 표시할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판타지 게임을 즐기기라도 하듯 캐릭터들을 쏟아냈지만 이들의 스토리 배치는 고구려 정세를 일일이 설명하느라 미흡했다. 게임기획자 이정남씨는 “판타지라고 하지만 <태왕사신기> 만의 상상력의 산물이 부족해 후반으로 갈수록 일반 사극과 다를 게 없어졌다”고 말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태왕사신기> 의 공은 인정할만하지만 배용준이라는 배우 한 명에 의존한 결과 그를 빼면 존재하기 힘든 사극을 만들었다는 점이 아쉽다”며 “연호개가 왜 그렇게 약하게 물러나는지에 대한 충분한 조명이 없는 등 짜임새가 약한 스토리 진행을 보였다”고 말했다.

정씨는 “1, 2부의 사신의 출연, 격구 장면 등을 제외하면 나머지 컴퓨터그래픽은 큰 의미가 없다”며 “미리미리 상황을 준비하지 못해 주요 출연진 대부분이 부상하는 등 한국 드라마 제작의 고질적인 병폐를 보여줬다”고 덧붙였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강명석 객원기자 lennone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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