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결과 김경준(41ㆍ구속)씨의 범행에는 부인 이보라(37)씨와 누나 에리카 김(43)씨도 직ㆍ간접적으로 연루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우선 에리카 김이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 운영에 관여한 흔적이 확인됐다.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AM파파스 이름을 가진 회사가 2개 있다. AM파파스 LLC는 정말 괜찮은 회사지만, AM파파스Inc는 유령회사로 에리카 김의 변호사 사무실을 주사무소로 하는 페이퍼컴퍼니였다”고 설명했다.
에리카 김은 1993년 이명박 후보를 만난 뒤 동생에게 소개해 주고 동업을 하도록 다리를 놓았던 장본인이다. 에리카 김은 현재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피해자들로부터 공범 혐의로 고소까지 당한 상태다. 검찰이 5일 “횡령 혐의로 미국 사법당국에 범죄인 인도청구를 할 방침”이라고 밝힘에 따라 에리카 김은 앞으로 동생과 같은 불행한 운명을 맞을 수도 있다.
이른바 한글 이면계약서에 사용된 이 후보 도장을 임의로 만드는 데 앞장 선 사람은 부인 이씨였다. 이 후보 도장을 평소 회사 금고에 보관했고, 금고 비밀번호까지 남편 김씨와 공유했던 이씨는 이 후보 도장이 찍힌 문건 복사물을 직원에게 주며 똑같은 도장을 새겨오라고 지시했다.
김씨 가족은 검찰 수사 이후에도 미국에서 김씨를 적극 비호했다. 김씨를 원격 조정했다는 말까지 듣고 있는 에리카 김은 한때 동생 변호를 맡았던 박수종 변호사에게 동생의 무죄를 입증할 자료라며 서류 상자를 발송했다. 부인 이씨도 LA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면계약서 4종을 공개하며 반격에 나서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김씨 가족이 한국 검찰을 너무 만만히 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씨 가족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직후 “검찰이 괘씸죄를 적용해 짜맞추기 수사를 했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현재 미국에서 각종 재산 3,000만 달러가 동결돼 있고, 스위스은행 예치금 1,500만 달러도 묶여있는 김씨 가족들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두고 볼 일이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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