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어제도 검찰의 BBK 수사결과 발표를 둘러싸고 격한 공방을 계속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서울 명동에서 정동영 후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틀째 검찰규탄대회를 열었고, 밤엔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도 했다. 무소속의 이회창 후보측과 민주당의 이인제 후보측도 검찰 규탄 분위기를 이어갔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BBK 정국 종료'를 선언하고 신당을 향해서는 공작정치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대선판이 투표 12일을 남겨두고 여전히 BBK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이명박 후보의 BBK 연루 의혹에 모든 것을 걸다시피 해온 신당으로서는 검찰의 발표 이후에도 BBK 카드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다스의 실소유자 규명 등 일부 의혹이 남아 있고 일반국민 사이에 검찰에 대한 불신이 상당한 것도 BBK 의혹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못 버리게 하는 요인이다. 검찰 발표 직후 실시된 한국일보 여론조사에서도 수사결과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다.
그러나 주요 의혹에 대한 체계적 조사를 거쳐 발표된 수사결과를 깡그리 부인하는 것은 옳지 않다. 검찰이 이명박 후보 대세론에 밀려 부당한 수사를 했다고 단정하는 것도 무리다. 신당의 정 후보는 어제 기자회견에서 "거대한 음모가 시작됐다"고 주장했지만 설득력이 없다.
민병두 전략기획위원장은 한 술 더 떠 "검찰과 삼성과 이명박 후보 간에 거대한 삼각동맹과 빅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근거도 없이 이렇게 엄청난 음모설을 제기해도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신당은 이쯤에서 전열을 가다듬고 전략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검찰 수사결과에 대한 신뢰성 여부를 떠나 수사결과 발표 이후 이명박 후보의 지지도는 5%포인트 이상 올라갔다. 아무리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해도 이 흐름이 달라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신당은 남은 선거기간에 생명이 다한 BBK카드에 집착하기보다 정책 대결이나 다른 쟁점으로 옮겨가야 한다. 그것이 이번 대선뿐 아니라 내년 총선 등 멀리 보는 정치를 위해서도 훨씬 이득일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