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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즉시공: 시즌 2' 야하고 웃겨도 아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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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즉시공: 시즌 2' 야하고 웃겨도 아쉬운…

입력
2007.12.10 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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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화장실에 쪼그리고 앉았을 때 12시 방향에 펼쳐진 세계.

기사에 ‘섹스’라는 단어를 박아 넣기가 저어되던 5년 전, 화장실 낙서 같은 질펀한 상상력을 영화화한 <색즉시공> 이 개봉됐다. 평단의 싸늘한 반응과 달리 결과는 대박이었다.

420만 관객을 끌어들이며 그해 한국영화 가운데 흥행성적 4위를 기록했다. 이 노골적인 섹스코미디가 ‘시즌2’를 달고 돌아왔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복잡한 개념보다 ‘헐레벌떡, 사부랑삽작, 훌러덩’ 같은 의태어 몇 마디가 훨씬 어울린다. 한 마디로 하자면, 전편 못지 않게 ‘색(色)’스럽다.

영화는 충실하게 전작의 흥행코드를 되풀이한다. 1편의 순진하다 못해 바보스럽던 대학생 은식(임창정)이 이번에도 대학생으로 등장한다. 두개골 속이 성욕으로 꽉 찬 성국(최성국)과 걸죽한 입담의 경주(신이)도 여전히 학교에 붙어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에어로빅 국가대표 은효(하지원) 대신 수영선수 경아(송지효)가 등장한다는 것. 하지만 그것을 빼 놓으면, 마치 도화지에 데칼코마니를 찍어내듯 ‘시즌2’는 ‘시즌1’을 답습한다.

영화 초반, 1편에서 정액 묻은 샌드위치로 관객의 폭소(혹은 원성)를 자아냈던 기숙사 신이 똥구멍에 들어갔다 나온 사탕으로 되풀이된다.

그것을 맛있게(?) 먹는 은식의 표정에서, ‘저게 뭐야?’라는 욕지기를 느끼면서도 피식 웃음이 터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영화는 1편에서 단단히 재미를 봤던 말초신경계의 정직한 반응에 다시 한 번 승부를 건다. 이 영화의 흥행성적이 기대되는 건, 수시로 노출되는 젖가슴이 아니라 어처구니 없이 터져 나오는 그 웃음 때문이다.

새로운 것이 없는 만큼, 영화는 드러내 놓고 화장실 유머의 농도에 집중한다.

바지춤을 내리고 동상의 엉덩이에 올라타는 은식, 가학적 섹스를 즐기는 영채(이화선)와 성국, 차마 기사에 쓰지 못할 낱말이 퍼뜩 떠오르는 풍기문란의 장면들이 쉴 새 없이 계속된다. 그리고 살코기와 살코기를 연결하는 기름처럼, 은식과 경아의 애틋한 멜로드라마가 삽입된다. 그 이어 붙인 부분이 그다지 질기지 않아, 영화의 육질은 비교적 쫀득하다.

그러나 자잘한 키득거림 속에서 한 방 기대되는 ‘임팩트’가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아쉬움이다. 힘을 준 부분과 힘을 뺀 부분이 명확히 보이지 않고, 후반부로 갈수록 멜로드라마의 짠한 감성만 강조한다.

‘애들은 가라!’라는 광고문구를 단 섹스코미디로서 어울리지 않는 결말이다. 그래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무렵, 키들대던 관객의 표정은 무서운 속도로 무덤덤한 무표정으로 돌아오고 만다. 1편에서 조연출을 맡았던 윤태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13일 개봉. 18세 관람가.

유상호 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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