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광주비엔날레는 ‘주제 없음’이 주제입니다. 전시가 애매모호해지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겠지만, 현대미술이 현재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조명하는 도발적인 도약의 장이 될 겁니다.”
신정아 사건으로 시작부터 파행을 빚었던 광주비엔날레가 전열을 정비하고 본격적인 전시 준비에 돌입했다. 공동 감독이었던 신정아씨의 낙마로 홀로 광주비엔날레를 끌고 가게 된 오쿠이 엔위저(44) 예술 총감독은 6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2008년 광주비엔날레의 전시 기본계획을 설명했다.
내년 9월 5일부터 11월 9일까지 66일간 열리는 제 7회 광주비엔날레의 제목은 ‘연례보고’(Annual Report). “그동안 국제 비엔날레는 주제 지향적인 전시모델을 고수해왔습니다.
하나의 주제를 정한 후 그 주제에 부합하는 작가와 작품을 선정하는 방식이죠. 이런 모델은 현대미술을 진부하게 만들거나 주제가 특이할수록 쉽게 눈에 띄게 되는 한계가 있습니다.” 엔위저 총감독은 “주제 지향적 전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광주비엔날레의 새로운 시도가 현대미술의 다양한 조건들과 전시기획의 역할에 대해 성찰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모두 3개 섹션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첫 번째 섹션 ‘길 위에서’(On the Road)는 2007~08년간 전 세계에서 열린 30~40개의 전시들을 골라 광주 시내에 재현하는 순회전시로, ‘연례보고’라는 광주비엔날레의 전체 타이틀을 구현한다.
엔위저 총감독은 자칫 기존 전시의 재탕에 그칠 우려에 대해 “여러 전시가 구조적으로 상응하는 ‘전시회들의 전시회’가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두 번째 섹션 ‘제안’(Position Papers)은 젊은 큐레이터나 디렉터, 기성 기획자들의 새로운 전시 기획을 받아 작은 규모의 전시를 여는 프로젝트로 진행되며, 마지막 섹션 ‘끼워넣기’(Insertions)는 광주만을 위해 새롭게 제작된 프로젝트들로 꾸며진다.
5ㆍ18 민주화항쟁이라는 특별한 역사적 경험을 가진 광주의 특성을 살려 국제사회와 공공 문화영역의 형성을 논의하는 국제회의와 세미나도 열린다.
신정아 사건이 광주비엔날레에 미칠 파장에 대해서는 “불행하고 당황스러운 일이었지만 사소한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나이지리아 출신 미국인으로 문화정치학을 전공한 엔위저 총감독은 1998년 요하네스버그비엔날레, 2002년 카셀도큐멘타 등의 총감독을 역임했으며, 현대 미술을 정치ㆍ문화적 담론의 맥락 속에서 읽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현재 미국 샌프란스시코 미대 학장과 <아프리카 현대미술저널> 편집장 등을 맡고 있다. 아프리카>
박선영 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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