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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점차 투명해지는 종교계 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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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점차 투명해지는 종교계 재정

입력
2007.12.10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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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의 재정 투명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8월 천주교 서울대교구가 2005년과 2006년 재정 내역을 공개한 데 이어, 불교계에서는 서울 강남의 대표적 사찰인 봉은사가 오늘 재정을 공개할 예정이다.

215개 성당을 거느려 천주교의 대표격인 서울대교구가 교구 전체의 살림을 공개한 것은 한국 천주교 역사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봉은사의 재정 공개는 그 동안 신정아씨 사건과 관련된 교계ㆍ동국대 간의 갈등과, 주지 임명에 얽힌 마곡사 주지의 수뢰 등의 후유증을 씻어내는 혁신적이고 상징적인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지난 10월 '봉암사 결사 60주년 기념 대법회'를 통해 다짐한 참회와 자정의 구체적 결실이기도 하다. 봉암사 대법회에는 스님 1,000명과 신도 9,000여 명이 운집하여 불교의 새 모습을 기약했다.

봉은사의 명진 주지 스님은 "스님이 권력과 돈을 너무 많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 문제의 근원"이라며 "다른 사찰들도 뒤따르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명진 스님은 또한 가사 한 벌, 발우 하나에 일곱 집에서 탁발한 음식으로 생활하는 것을 실천한 부처님의 무소유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봉은사가 우선 밝힌 11월말까지의 수입은 96억1,820만원이며, 지출은 85억5,729만원이다. 봉은사는 내년부터 외부 회계사에게 재정을 검토하게 할 계획이다.

봉은사가 재정을 공개하고 투명하게 하는 일은 퇴색한 불가의 기풍을 재건하는 일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국내 종교기관은 재정에 관해 외부로부터 거의 간섭과 제약을 받지 않았고, 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돼 왔다.

그러나 일련의 사건에서 보듯이 재정 상의 불투명성이 갈등과 분규를 불러 왔고 또한 종교 지도자 비리로 연결되면서, 종교의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다.

천주교와 불교의 대표격인 교구와 사찰에서 앞장 서는 재정 투명화 운동이 각 종교 단체로 번져가기 바란다. 그리하여 종교가 신자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사회를 맑게 하는 본연의 역할에 더 다가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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