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세계 경제를 불안하게 하는 뇌관 제거에 나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위기(미국)와 경제 과열에 따른 가파른 인플레(중국)에 강력한 메스를 들이대기로 한 것이다.
원인이 다르니 처방도 정반대다. 한 쪽은 너무 가라 앉은 경기를 되살리는데, 다른 한 쪽은 너무 뜨겁게 가열된 경기를 식히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세계 경제는 두 국가의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성공적으로 뇌관이 제거된다면 세계 경제가 연착륙 할 수 있겠지만, 자칫 제거 과정에서 뇌관을 건드린다면 치유할 수 없는 심각한 후폭풍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서브프라임 대출금리 5년간 동결 검토
미국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 전면에 나섰다. 그만큼 사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부시 대통령은 6일 오후(현지시간) 직접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다. 핵심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금리를 향후 5년간 동결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은 초기 2~3년간 낮은 고정금리를 적용 받지만, 이후부터는 높은 변동금리로 전환되도록 설계됐다. 초기에 낮은 '미끼 금리'로 대출 고객들을 유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문제는 2005년 무렵 급증한 서브프라임 대출의 금리전환 시기가 내년에 집중된다는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내년에 3,620억달러(약 330조원)의 서브프라임 대출 금리가 상향 조정될 것"이라며 "이는 이번 위기 사태의 제2막을 여는 배경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결국, 미 정부가 나서 인위적으로 금리를 동결함으로써 '모기지 금리 급등 →대출자 이자상환 부담 가중 →모기지 부실 확대 →신용경색 확산'의 고리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중앙은행도 적극적으로 팔을 걷어붙일 태세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11일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대폭(0.5%포인트)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정부의 개입은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때문에 "사태를 오히려 지연시킬 수 있다"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다" 는 반대 여론이 비등한 상황이다.
내년 10년 만에 긴축 정책 선회
지속되는 과열 논란에도 지금까지 중국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었다. 금리와 지급준비율 인상 등의 조치가 있었지만,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지속해온 '안정 기조의 통화정책'은 버리지 않았다.
하지만 한없이 치솟는 물가, 거침없는 과열 성장 앞에는 굴복할 수밖에 없다. 10여년 만에 사실상 긴축 정책으로 돌아선 것이다. 중국 언론들은 중국 지도부가 3일부터 사흘간 베이징에서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열고 내년 경제운용 방향을 이같이 결정했다고 6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강력한 대출 억제, 채권 발행을 통한 현금 회수, 위안화의 탄력적인 가치 상승, 금리 인상 등 다각적인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공작회의가 결정한 내년 경제운용 방향 중 주목할 만한 점은 민생 등 물가안정을 강조하는 민생정책이 담겼다는 것. 중국 정부가 10년 만에 물가안정을 정책 목표로 설정한 것은 최근 소비자물가가 6.5%까지 치솟는 등 인플레 차단이 절실하다는 판단에서다.
중국 정부는 경제공작회의 종료 직후 내년 은행 대출 총량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키로 했으며, 연말에 7,500억 위안(9조3,750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해 현금 회수에 나설 예정이다.
이철성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장은 "중국 내수 및 투자 증가 속도의 둔화로 한국 기업의 대중국 수출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중국이 실제 강력한 긴축 정책을 펼지는 미지수다. 만약, 10%대 고성장을 지속해온 중국이 8%를 밑도는 성장을 할 경우 엄청난 실업 문제에 직면하는 등 후유증이 심각할 수밖에 없다. 중국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이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11% 안팎으로 예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베이징=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kr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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