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증권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되는 전 BBK 대표 김경준(41ㆍ구속)씨는 여전히 "BBK의 실소유주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오재원 변호사는 4일 "김씨의 마음가짐은 송환됐을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검찰에 제출할 서류는 모두 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 검찰에 출석했지만 조사는 받지 않고 그 동안 작성한 조서를 정리하는 데 시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 따르면 김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수사 초기와 달리 자신의 주장이나 증거 서류 등을 검찰이 잘 인정하지 않는다고 느낄 때면 매우 실망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 변호사는 "김씨는 애초부터 자신이 낸 서류 등을 검찰이 잘 받아들여 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았다"며 "이와 관련한 김씨의 자세한 심경은 검찰 수사 발표 이후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씨가 처음부터 자신이 준비한 자료와 진술을 검찰이 잘 받아들여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왜 송환을 자청하며 이 후보의 연관성을 적극 주장한 것일까'라는 원초적 물음에 새삼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귀국 후 기소가 예정된 김씨가 향후 재판을 대비해 준비한 사전포석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씨는 2001~2002년 금융감독원 조사와 검찰 수사로 드러난 수 백억원의 횡령과 주가조작 혐의만으로도 중형을 면키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이 후보의 하수인에 불과했다"는 주장을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아 양형을 감면받으려고 이 후보를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김씨는 또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 후보를 자신과 같은 피고로 신청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재판에서 이 후보가 피고측으로 인정돼야 김씨 자신이 부담할 배상액이 줄기 때문에 이 후보와의 연관성을 제기한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정치적 배후설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김씨는 늦어도 내년 7월에는 송환될 수 밖에 없고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희망이 사라지기 때문에 여권과 사전교감을 통해 귀국 시기를 앞당겨 검찰 수사를 조율해 보려는 것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순수하게 본인 확신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일반적으로 본인이 잘못이 없다는 것을 100% 확신하지 않았다면 김씨는 미국에서 한국행을 결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김씨가 그 만큼 자기확신이 강했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상진 기자 oko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