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동창(同窓)이라니. 그것도 30년 가까이 우정을 쌓아온 벗이란다.
전영록과 이홍렬. 진짜일까? 일단 이홍렬에겐 미안(?)하지만 젊게 사는 비결에 대한 질문을 늘 받을 것 같은 외모의 전영록과 이홍렬이 동갑이란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고, 더구나 그 흔한 토크쇼에서 한 번도 서로의 관계가 드러난 적이 없었기에 의심이 들었다.
연말이면 봇물처럼 쏟아지는 디너쇼를 둘이서 함께 한다고 하기에, 그냥 상업적인 목적을 위해 급조된 허울뿐인 ‘친구사이’는 아닐까 하는 의구심. 1954년 생 동갑이고, 어떻게 우연히 뒤늦게 동창인 것을 알고 ‘친한 친구사이로 엮으면 괜찮겠다’는 생각에 쇼를 기획했을 것이라는 선입견이 튀어나왔다.
그래도 두 중년의 스타가 함께 자리를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어 마침 TV촬영을 위해 이들이 만나고 있는 이홍렬의 홍익대 앞 햄버거 가게를 찾았다. 23, 24일 듀엣 디너쇼를 준비 중인 전영록과 이홍렬은 그런데 만나자마자 티격태격이다.
“차가 막힐 걸 예상하고 나와야지. 전화도 안 하고 1시간이나 늦으면 어떡하자는 거야.” 이홍렬의 목소리가 높다. 뒤를 돌아보니 감기 기운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전영록이 고개를 숙인 채 몰래 자리를 찾아 들어오고 있었다. 전영록은 “그게 옷이 뭐냐. 20대도 아니고”라며 타박하는 이홍렬을 향해 “밖에 추워, 왜 하복을 입고 다니느냐”고 맞받아친다.
50대 중반을 앞둔 중년 남자들간에 오가는, 어지간한 친분이 없다면 불가능한 대화를 듣고서야 이들의 실체가 ‘진짜’ 친한 친구 사이임을 인정할 수 있었다.
둘의 인연을 물었다. “학교 다닐 때는 서로 몰랐어요. 난 한양중학교 3반, 영록이는 4반이었고 만날 기회가 없었죠. 그런데 79년 데뷔하니까 누가 그러더군요. 둘이 동창이라고. 그래서 졸업앨범을 뒤져보니까 정말 맞더라고요. 그때부터 사귀어온 사이가 30년이 다 되어가네요.”
이홍렬은 “이런 얘기 방송에서 조금씩 하긴 했는데, 사람들이 믿지를 않아요. 영록이는 젊은 오빠고 난 하고 다니는 게 나이 들어보이니까요.” 라며 친구에게 눈길을 던진다.
“영록이는 훨씬 먼저 스타덤에 올라서 저를 애정을 갖고 끌어줬어요. 영록이가 방송이 뜸하고 부산에서 사업할 때 박중훈하고 같이 놀러 가서 출연하고 잠자고 올라오던 기억이 오래 남아요. 근데 친구한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술을 못 마신다는 거죠.”
“예전엔 연예계에서 나이를 속이는 경우가 많았죠. 동갑인데 형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고요. 우리 둘은 연예인 관계를 떠나서 진짜 친구에요. 홍렬이는 모나게 살지않고 귀여워요. 하하. 사업도 잘하고, 말도 잘하고요.” 전영록의 칭찬이 이어졌다.
전영록은 10여 년 동안 방송에서 조금 물러나 사업도 하고 음악 만들기에 몰두하다, 곧 개국할 OBS경인TV의 드라마를 통해 브라운관에 복귀할 예정이었다.
“개국이 늦어지고 제작사 문제도 있어서 아직 출연이 완전히 결정되진 않았어요. 그보다 내년 봄엔 15년 만에 신보를 낼 계획이에요. 듣기 편하고, 따라 부르기 쉬운 이지 리스닝 계열의 음악으로 꾸밀 것입니다. 내가 만들어서 남 줬던 히트곡들로 한 장, 신곡으로 한 장, 이렇게 2장을 낼 거에요. 반찬도 많은 게 좋잖아요.”
<이홍렬쇼> 를 통해 90년대 토크쇼 인기의 중심에 섰던 이홍렬. KBS <체험 삶의 현장> 진행 외엔 공중파에서 보기 어려워진 그의 근황은 어떨까. 요즘의 ‘막말’ 토크를 지켜보는 느낌도 궁금했다. 체험> 이홍렬쇼>
“연극 <귀곡산장> 을 만들고 3, 4년 기획사 운영을 하는 등 나름대로 바쁜 일상을 보내왔어요. 지금은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면서 교회 일도 하고 지내죠. 예전엔 늦은 시간 토크쇼에서 막 떠들고 말하는 게 힘들었어요. 잠자리에 들기 전엔 옛날얘기하며 눈물짓는 게 보통이었죠. 정신 없는 요즘 토크쇼, 그것도 트렌드잖아요. 그냥 지켜볼 뿐입니다.” 귀곡산장>
둘은 인터뷰가 끝나기 무섭게 디너쇼 연출자와 공연을 위한 ‘작전’회의에 들어갔다. “홍렬이가 그냥 사회를 보고 제가 노래할 거라 생각하시는데, 그건 절대 아닙니다. 옛 추억에 푹 빠지라고 음악 연주도 예전 방식대로 준비했습니다.” 이홍렬이 담아 온 햄버거를 한 입 베어 물며 전영록이 하는 말. “홍렬이도 노래 잘해요.” 공연문의 1544-2498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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