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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수사 발표/ 김경준, 한국식 계좌추적에 '두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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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수사 발표/ 김경준, 한국식 계좌추적에 '두 손'

입력
2007.12.10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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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해답은 ‘돈의 흐름’이었다. 검찰이 전 BBK 대표 김경준(41ㆍ구속)씨 주장을 ‘거짓말’로 판명한 데는 계좌추적 등 과정에서 포착된 자금흐름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김씨 주장과는 다른 내용의 자금흐름을 포착해 김씨를 압박했고, 김씨는 결국 ‘물증의 위력’ 앞에 손을 들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사건의 중요 쟁점 중 하나는 BBK가 누구 돈으로 설립된 회사냐는 점이었다. 김씨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먼저 사업을 제의하고 자금을 투입해 BBK를 설립했으며, 자신은 명목상의 대표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의 진위를 확인하려면 BBK 설립 자본금 30억원의 출처 규명이 필수였다. 이 자금을 e캐피탈이 부담한 것으로 나타난 뒤에는 김씨가 e캐피탈로부터 BBK 지분을 다시 사들이면서 지불한 돈의 출처로 초점이 옮겨갔다.

검찰은 자금 추적 과정에서 김씨가 대양이앤씨의 BBK 투자금을 BBK 지분 재매입 자금으로 전용한 사실을 확인했고, 결국 김씨로부터 “BBK는 100% 내 소유 회사”라는 자백을 받아냈다.

수사 결과 김씨는 이 돈으로 BBK 지분을 재매입한 뒤 다른 투자자들의 자금으로 매입한 MAF펀드의 주식을 일부 매각해 ‘구멍’을 메운 것으로 나타났다.

“다스의 BBK 투자금 190억원 중 일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EBK증권중개의 자본금 100억원 역시 다스와는 무관한 돈으로 드러났다. 이 돈은 김씨의 페이퍼컴퍼니인 AM파파스에서 LKe뱅크, EBK계좌를 통해 유입된 정황이 나타나 자금출처에 대해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만일 이 자금이 다스의 투자금이라면 다스의 실소유주로 의심받아온 이 후보가 자신의 돈을 자금세탁한 뒤 ‘재활용’했다는 의혹을 증폭시키는 재료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수사결과 이 돈은 다스 자금이 아니라 김씨가 다른 개인투자자로부터 유치한 투자금이었던 것으로 결론났다.

검찰은 특히 김씨가 이 과정에서 기상천외한 사기 수법을 동원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검찰에 따르면 AM파파스(A.M. Pappas Inc.)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유명 생명과학벤처 투자회사 A.M. Pappas LLC.에서 따왔다. 이 회사에는 김씨의 대학동창인 래리 롱이 투자담당 이사로 재직중이었다. 김씨는 그를 2001년 2월 한국으로 초대해 이 후보 등에게 소개하고 “AM파파스(Inc.)의 투자담당자”라고 속였다.

이후 김씨는 래리 롱을 LKe뱅크의 대표이사로 위장 등재시켰고, 이후 문제가 불거지자 “나는 래리 롱을 모른다”고 둘러댔다. 그러나 래리 롱이 검찰과의 전화 통화에서 “김씨와 대학 동기이며, 한국에 가서 이 후보 등을 만난 적이 있지만 LKe뱅크 대표를 맡은 적은 없다”고 밝히면서 김씨의 사기극은 전모를 드러냈다.

이 밖에 옵셔널벤처스 지분 인수 및 주가조작 자금도 계좌추적 결과 김씨가 BBK 투자금을 해외로 빼돌렸다가 다시 국내로 유입한 돈으로 밝혀졌다.

김씨의 누나인 에리카 김씨 등은 그 동안 “주가조작 역시 이 후보가 주도했다”고 주장했으나 이 후보측 자금이 유입된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검찰은 “계좌추적을 97% 정도 완료했다”고 밝혔고 김씨가 유치한 투자금의 총액이 71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결론 내렸다. 하지만 해외계좌에 대한 추적이 불가능해 이 중 얼마가 해외로 빠져나갔으며, 얼마가 국내로 재유입됐는지 등 자금흐름의 전모는 확정하지 못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박상진기자 oko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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