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밭 길을 선택한 것이 결실을 맺었다.”
최경주(37)와 닮은꼴 행보의 양용은(35)이 마침내 ‘성공시대’ 발판을 마련했다.
‘바람의 아들’ 양용은은 4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윈터가든의 오렌지카운티내셔널골프장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퀄리파잉스쿨에서 공동 6위(20언더파 412타)에 올라 상위 25명까지 주어지는 내년 PGA투어 전경기 출전권을 받았다.
평소 스스로를 ‘골프 검정 고시생’이라고 말하는 양용은이 큰 물을 만난 것. 제주 출신의 양용은은 집안이 넉넉치 않아 제대로 레슨을 받지 못했고 큰 꿈을 이루기 위해 무작정 상경한 끝에 96년 프로에 데뷔했다. 그러나 결혼생활을 지하 단칸 월셋방에서 해야 하는 등 돈 벌이가 시원찮아 중도에 골프를 그만둘 생각도 했다.
더 큰 무대 도전을 위해 일본에 진출해 통산 4승을 거두며 기반을 다진 양용은은 지난해 11월 타이거 우즈 등을 꺾고 유럽투어 HSBC챔피언스를 제패, 단숨에 세계랭킹 30위권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양용은은 PGA투어 Q스쿨에서 쓴맛을 봤고 올해 잊혀져 가다 다시 기사회생한 것.
‘오뚝이 인생’을 살아온 양용은은 “기반을 닦은 일본에 안주하지 않고 더 큰 무대로 나가기 위해 가시밭길을 선택한 것이 결실을 맺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양용은의 미국진출 뒤에는 선배 최경주의 역할도 한 몫 했다. 양용은은 한국과 일본을 거쳐 미국에 진출한 최경주의 행보를 밟았고, 최경주도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최경주는 이번 Q스쿨에서 양용은이 등에 담이 들었다고 하자 개인 트레이너를 대회장으로 급히 보내 매일 마사지를 받도록 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전화를 걸어 축하해 주기도 했다.
PGA 2부투어를 전전했던 재미동포 박진(30)도 4위(22언더파)의 성적으로 투어카드를 획득했다. 이로써 내년 PGA투어에서는 기존의 최경주 위창수 나상욱 재미동포 앤서니 김과 함께 모두 6명의 한국 및 한국계 선수가 나서게 됐다.
한편 대학 시절 타이거 우즈와 경쟁하는 등 유망주로 꼽혔지만 머리 속에 종양제거 수술을 두 차례 받느라 10년 동안 투어를 떠나있던 토드 뎀시(미국)도 8위로 투어 카드를 손에 넣어 화제를 모았다.
정동철 기자 ba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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