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과 그 이후의 우리 경제를 어둡게 보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투자와 소비 등 내부 변수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나, 고유가와 미국ㆍ중국 경기의 취약성 등 외부환경이 워낙 좋지 않은 쪽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이런 조건들이 새 정권 출범 초기의 혼란과 맞물리면 성장 물가 수출 등 경제의 세 축이 함께 뒤흔들리는 위급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정권 교체기의 공직사회 동요가 경제 관리에 미칠 악영향도 크게 우려된다.
엊그제 한국은행이 내놓은 내년 경제 전망은 어디 하나 밝은 곳이 없다. 4%대의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하고, 경상수지는 11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며, 물가상승률도 3%선을 훌쩍 넘는다.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에 따른 미국경기 둔화, 원유 등 국제 원자재값 불안, 달러화 약세 지속, 중국경제의 거품 조정 등 우리 경제의 목을 죄는 악재들의 심술을 피해가기 어려운 까닭이다.
특히 올해 평균 도입단가가 70달러에 못 미친 유가가 내년엔 80달러 선을 넘을 것으로 예상돼 경기침체와 물가고가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그림자가 짙다.
한은 전망은 2~3개월 전 민간 연구소들이 내놓은 전망에 비해 훨씬 보수적이다. 유가변수를 비관적으로 본 탓이다. 하지만 기업인들이 느끼는 현장 분위기는 한은의 전망이 결코 엄살이 아님을 보여준다.
대한상의가 최근 500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내년의 업황 예상을 조사한 결과, 10곳 중 8곳은 올해와 비슷하거나 나빠질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유가와 환율 걱정이 가장 많았고 중국의 긴축 움직임도 불안요인으로 꼽혔다.
드러난 악재는 더 이상 악재가 아니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를 둘러싼 교란요인들에 잘 대비하면 아무리 거센 격랑이라도 헤쳐나갈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 사는 외국 경제계 인사의 절반이 "후진적 규제와 고비용 구조를 깨고 기술개발 노력을 배가하지 않으면 5~6년 내 한국경제가 큰 혼란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는 전경련 조사를 보면 두려움이 엄습한다. 정치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빈틈없는 경제 관리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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