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엄마)!”
어엿한 두 아들의 엄마도 오랜만에 ‘상봉’의 기쁨을 나눈 친정어머니 앞에선 한없이 어린 딸에 불과했다. 태국 출신으로 한국에 시집온 씨싸완리암(28)씨는 3일 인천공항에 입국한 친정엄마 문주(64)씨와 큰 오빠를 끌어 안고 눈물을 글썽거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한 발짝 뒤에서 이를 지켜보던 시어머니 이점덕(72)씨도 애틋한 마음에 이내 눈시울이 붉어졌다.
씨싸완리암씨는 2003년 12월 서울에서 한국인 남편 강모(당시 29세)씨와 결혼해 지금은 각각 세살과 12개월 된 아들을 두고 있는 ‘여성 결혼이민자’다. 결혼 직후 부부는 전남 영광군의 한 농촌 마을에서 시어머니를 모시며 큰 아들이 태어나는 기쁨을 누렸다.
농사일을 하면서 그리 넉넉하지는 않지만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던 가족에게 지난해 5월 날벼락같은 시련이 찾아왔다. 그가 부친상을 당해 태국에 돌아간 사이 집 근처 들에 나가있던 남편이 갑자기 쓰러졌다. 거의 동시에 아버지와 남편을 잃은 젊은 새댁은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상심의 시간이 길어졌지만 뱃속의 둘째 아이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출산예정일이 얼마 남지 않은 10월 시누이(33)가 “함께 같이 살자”며 뜻밖의 제안을 해 왔다. 그는 “집도 좁고, 부담이 될 텐데 미안해서 어떻게 같이 사냐”며 거절했다. 그러나 자신과 자식들을 가족으로 굳게 믿고 있는 시누이의 정성을 더 이상 거절하기 힘들어 결국 서울 금천구의 한 연립주택에 새 둥지를 틀었다. 2달 뒤 둘째 아들이 태어났다.
현재로선 두 아들을 키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지만, 조만간 ‘생활전선’으로 나갈 작정이다. 가장으로서 생계를 꾸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식당에서 일하며 요리를 배우고 싶다고 했다. 시어머니 이씨는 “된장찌개 김치찌개 못 끓이는 게 없고, 무침류도 맛이 있다”며 며느리 자랑을 침이 마르게 했다. 하지만 일을 시작하더라도 고민은 있다. 아이들을 돌볼 시간이 줄어드는 탓이다. 그는 “나라에서 보육시설을 많이 만들어 직장여성들이 안심하고 밖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소망했다.
친정어머니와 시어머니는 말은 통하지 않아도 마음이 다르지 않다. 이씨는 “아들을 잃고서도 절대 서로 눈물을 보이지 말자고 했다”면서도 “착한 며느리가 너무 안됐다”고 말했다. 이씨의 손을 꼭 잡고 있던 친정어머니는 “일주일에 기껏 두 세 번 통화할 뿐인데, 딸과 외손자들이 언제나 건강하기만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모녀의 만남은 행정자치부가 이민의 날(18일)을 앞두고 국내 결혼 여성 이민자 부모 초청 행사를 통해 이뤄졌다. 행자부는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에서 90명의 부모(부모가 없을 경우 다른 식구)를 초청했다. 이들은 6일까지 국내에 머물며 가족끼리 자유 시간을 보내고 고궁도 관람하게 된다. 4월 현재 국내 결혼 여성 이민자는 전국에 11만2,000명 정도이며, 이 중 동남아 출신이 23%다.
박원기 기자 o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