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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경제의 참기 힘든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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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경제의 참기 힘든 유혹

입력
2007.12.04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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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치고는 경기흐름이 참으로 독특하다. 우리경제는 지금 완만한 확장가도에 있는데, 경기 사이클상 상승국면에서 5년 임기를 끝낸 정권은 없었기 때문이다.(아래 그래프 참조)

우선 노태우 정부. 1991년 9.4%였던 성장률은 임기 마지막해인 이듬해 5.9%로 추락했다. 올림픽 이후 과잉유동성과 부동산 버블을 미리 제어하지 못하고 오히려 무리한 부양책(4.4대책)을 쓰다가 경기가 한꺼번에 곤두박질쳤던 것이다.

꼭 10년 전 이맘 때의 김영삼 정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연쇄도산과 금융부실누적, 외환고갈로 건국이래 최악의 경제적 재앙(환란) 속에 청와대를 나와야 했다.

김대중 정부는 좀 설명이 필요하다. 임기 종료 연도인 2002년 성장률은 7.0%에 달했다. 수치로만 보면 '아름다운 퇴장'인 셈. 하지만 7% 고성장 안에는 불과 몇 개월후 신용대란으로 이어진 '카드 거품'이 섞여 있었다. 임기중 한번도 버거운 버블을 두 차례(IT와 카드)나 일으킨 정부였다.

이 점에서 노무현 정부는 예외에 가깝다. 취임 첫해 카드대란의 직격탄을 맞아 바닥(3.1%)까지 경험했지만, 이후 4.7%→4.2%→5.0%로 성장수위를 높여왔다.

올해는 하반기 이후 지표가 더 호전돼 3분기 성장률은 5.4%(3일 한국은행 발표)까지 올라갔다. 혼미한 금융시장이 시야를 막고 있지만, 대이변이 없는 한 노무현 정부는 5%에 근접하는 괜찮은 성적표로 임기를 매듭지을 것이다.

사실 경제가 개선되는 시점에 선거를 치른다는 것은 정권 재창출을 위한 엄청난 프리미엄이다. 만약 97년에도 경제만 좋았다면, DJP(김대중+김영삼) 연합이나 이인제 탈당이 아무리 위력적이었던들 여야 정권교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선 경제지표가 좋아도 전혀 선거의 호재가 될 수 없으니, 노무현 정부는 지지리 복도 없는 정권인 듯 싶다.

숱한 정책실패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가 그래도 확실히 하나 잘한 점은 경기관리다. 노 대통령 말대로, 인위적 부양책을 쓰지 않은 유일한 정부였다.

직전 정권에게서 '카드 빚'을 물려받았던 취임 첫해를 빼곤, 끝까지 4~5%대의 큰 진폭 없는 안정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정부가 경기흐름에 인위적 메스를 가하지 않은 덕이다.

때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제일 잘하는 것일 수도 있다. 만약 정부가 수시로 재정을 동원하고 통화ㆍ금융에 압박을 넣었더라면, 과거처럼 경기는 롤러코스터를 탔을 것이다.(무엇을 하면 욕을 먹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에 칭찬을 받는 것이 이 정부의 역설적 운명인 듯 싶다)

내년 경기는 올해보다 나쁠 가능성이 높다. 짧아진 경기사이클로 봐도 그렇고, 대외변수들도 그렇다. 새로 출범할 정부는 경기흐름을 바꾸고 싶은, 참을 수 없는 유혹을 느낄 것이다. 힘과 의욕이 넘치는 집권 초라 더더욱 그럴 터. 하지만 참아야 된다. 못 참으면 끝이 불행해진다. 역대 정권이 보여준 교훈이다.

이성철 경제산업부 차장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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