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譯經)도 수행의 한 방법입니다.”
초기불전연구원 원장 대림(45) 스님이 붓다가 직접 설한 초기경전 5부(五部) 니까야 가운데 네 번째인 <앙굿따라 니까야> (전6권)를 완역했다. 앙굿따라>
니까야는 붓다가 직접 설한 최초기 설법을 모은 경장(經藏)으로 산스크리트어와 함께 쓰였던 인도 고대언어 팔리어로 기록돼 있다.
“제가 말하기에는 좀 멋쩍지만 앙굿따라 니까야를 번역한 것은 한국 불교에서 처음입니다.”
지난달 30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대림 스님은 매우 쑥스러워 하면서 말문을 열었다. 스님은 경주 시내의 골방에서 2년 가까운 세월을 들여 500~600쪽 짜리 책 6권의 방대한 분량을 번역해냈다.
팔리어로 기록된 앙굿따라 니까야가 현대어로 완역된 것은 1917년 독일어, 1932년 영어, 1935년 일본어로 이루어진 후 70여년 만의 일이다. 앙굿따라 니까야에는 붓다가 설한 2,300여 개의 경이 들어있다.
“역경 따로 수행 따로 가는 것이 아니고 수행을 바탕으로 역경을 해나가는 것입니다. 또 역경을 하는 과정에서 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입니다.” 대림 스님은 출가한 스님이 수행을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며 역경이 수행과 별개의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앙굿따라 니까야는 산스크리트어 불경을 한문으로 번역한 <아함경> 가운데 <증일아함경> 에 해당한다. 대림 스님은 “앙굿따라 니까야와 증일아함경의 내용이 70% 정도 같지만 아함경은 산스크리트어 원전을 번역한 2차 자료인데 비해, 앙굿따라 니까야는 붓다의 가르침을 기록한 1차 자료라는 점에서 더 귀중하다”고 말했다. 또 한문 번역본은 축약돼 있어 읽는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지만 팔리어 불경은 격변화, 어미변화, 어순 등이 우리말과 비슷해 정확하게 우리말로 번역해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증일아함경> 아함경>
1983년 출가해 자운 스님에게서 비구니계를 받고 봉녕사 승가대학을 졸업한 스님은 인도 푸나 대학과 미얀마 등에서 산스크리트어, 팔리어, 초기 불교를 공부했다. 이미 불교 수행의 백과사전 격인 <청정도론> 과 논장(論藏) 아비담마의 서문 격인 아비담맛타 상가하를 번역한 <아비담마 길라잡이> 등을 펴냈다. 아비담마> 청정도론>
수년 전 산스크리트어본 금강경을 번역한 <금강경 역해> 로 불교계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각묵 스님과 함께 초기불전연구원을 운영하며 공동 번역한 <아비담마 길라잡이> 는 불교서적으로서는 드물게 1만2,000부나 찍었을 만큼 불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다. 아비담마> 금강경>
“이번 생에 깨달음을 얻는다는 것보다는 탐(貪ㆍ탐욕) 진(瞋ㆍ성냄) 치(痴ㆍ어리석음)가 좀 더 줄어든 상태로 죽음을 맞을 수 있다면 바랄 것이 없습니다.” 대림 스님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이제 <맛지마 니까야> 를 번역할 것이라고 말했다. 맛지마>
남경욱 기자 kwn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