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지방의회 유급제 전환 이후 지방의원들의 의정활동 성적표는? 한국일보가 주요 지방의회를 대상으로 무보수 명예직일 때와 활동내용을 비교한 결과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지방의원들이 발의한 조례 건수는 제자리 걸음이고 시정질의나 여론수렴도 거의 없었다.
내년 의정비를 22% 인상해 5,538만원으로 결정한 울산시의회의 경우 2006년 7월부터 2007년 6월까지 1년 동안 심의한 조례 88건 가운데 의원 발의는 6건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상위법과 연관된 위임이나 종전 조례 개정 건이었다. 전체 19명 가운데 시정질문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의원이 7명, 자유발언을 하지 않은 의원은 13명이나 됐다.
울산지역 기초의회 활동은 더욱 한심하다. 여론수렴을 위한 공청회가 구ㆍ군의회 통틀어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고, 동구, 남구, 울주군의회는 간담회조차 없었다. 남구, 울주군의회는 의원발의가 1년 동안 한 건도 없었다.
인천시의회는 지난해 7월부터 올 6월까지 자발적으로 발의한 조례는 단 1건. 10개 구ㆍ군 의회도 의원이 연구 발의한 조례라야 전체 통틀어 동구 의회 1건에 지나지 않았다.
2008년 의정비 심의 과정에서 전국 최고 인상률(98.1%)를 기록한 충북 증평군의회 활동도 저조하다. 지난해 개원이후 지금까지 의원 발의 건수는 모두 14건. 이 가운데 새로 제정한 건 3건뿐인데, 이마저도 경로당지원, 국가보훈대상자 예우 및 지원 등 중앙정부의 권장 사업과 관련된 내용 일색이다. 지역 현안이나 주민생활과 관련한 내용은 전무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16개 광역의회가 유급제 1년 동안 발의한 조례 건수는 총 236건으로 이중 의원 자체 발의는 6%인 13건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215건은 상위법 근거 조항에 따른 위임 조례 등이었다. 이 가운데 8건은 의원 자신들의 복리를 위한 발의였다.
이에 따라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인상안을 확정하는 조례개정을 앞두고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인천지역 시민단체인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이하 인천연대)는 인천시를 상대로 의정비 지급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고, 인상된 의정비가 내년에 실제로 지급되면 내년 1월말 의정비 인상에 대한 주민소송을 제기해 위법성을 따질 예정이다.
증평시민회도 군의회가 끝까지 인상안을 고집할 경우 군의원 주민소환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경기 성남참여연대는 시의회에 대해 의정활동비 정보 공개를 요구하고, 의원 개개인의 재산변동에 대한 정밀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충북참여연대 이선영 국장은 “의원들은 의정비를 늘려야 제대로 일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유급제 이후 연구 소모임을 활성화하는 등 공부하는 일부 의회를 봐서라도 많은 의원들이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k.co.kr울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한덕동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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