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정몽준 의원은 3일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면서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 수 있는 분”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마음이 홀가분한 듯 시종일관 여유 있는 표정이었다. 이 후보와 다정하게 포옹하며 친근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그러나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약간 찡그린 얼굴로 “입안이 다 부르틀 지경”이라며 오랫동안 고심한 심경을 내비쳤다.
정 의원은 “엊그제 서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최종 결심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의 판단에는 같은 5선인 한나라당 박희태 의원의 역할이 컸다고 측근이 전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박 의원은 정 의원이 관전하는 경기장에 수시로 찾아와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박 의원의 초등학교 동창으로 이 후보 X파일 갖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던 정 의원의 이명박 후보 지지에 대해 박 전 대표는 이날 제주 유세에서 “정 의원이 입당해 같이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_2002년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을 때와 차이점은.
“노무현과 정몽준은 물과 기름이라고 했지만 정당은 국민을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고, 성장배경이 달라도 생각하는 것은 맞출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노 후보와 단일화했다. 그런데 노 후보는 공동 정부라는 표현을 썼지만 비중을 두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변화를 잘 인도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후보 지지를 철회했다. 노무현 정부는 공보다 과가 많다. 지금 국민들이 정부에 바라는 것을 생각해 봤다. 국민을 갈라놓은 일을 그만하고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것이 국민들의 바람이다. 그래서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다.”
_'실패한 20년의 정치실험을 마감해야 한다'는 뜻은.
“지난 20년은 민주화 이후다. 지금 우리는 여당이 없는 대선을 하고 있다. 민주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 정당 제도는 후퇴한 정도가 아니라 큰 위기다.”
_기업을 운영하는 경제인인데 한나라당 입당을 통해 기대하는 것은.
“경제인들도 정치 발전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소득과 교육의 양극화가 심하다. 양극화만 나오면 기득권자들은 입을 닫는다. 토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내가 참여하겠다. 민주당 케네디 가문, 공화당 록펠러 가문이 양당제 확립에 기여했다. 우리나라 양당제도의 발전에 기여할 생각이다.”
_지지 선언으로 현대가 화해하나.
“누구를 좋아한다는 말은 잘 못하면서 누구를 싫어한다는 말은 잘 한다. 아버지(고 정주영 회장)와 이 후보의 관계에 대해서 말하면 나보다 더 잘 아는 분 있을 것이다. 내가 아는 것은 두 사람이 서로 상대편의 능력을 잘 알고 서로 고마워하는 사이라는 것이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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